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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9월→10월' 밀린 재정준칙, 여야서 미움받는 이유
추가 논의 거쳐 10월 발표 예정
당과 협의 과정에서 조율 마치지 못한 부분 있는 듯
도입 늦어져 文정부는 적용 힘들어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이른바 ‘확장재정의 족쇄’로 불리는 재정준칙을 발표하는 시점이 차일피일 밀리고 있다. 여야 모두로부터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을 비판받고 있어 정부 내부에서 고심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추석 연휴가 끝난 내달 5~6일께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추석연휴 바로 전 발표하려고 했지만 막판 국회와 조율이 길어지면서 10월로 시기를 넘기게 됐다. 지난 28일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재정 준칙 발표를 앞두고) 당과 협의하는 절차가 마무리 단계다. 9월 중에 발표할 수 있도록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기재부는 발표 시일을 수 차례 미룬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월 21대 국회 첫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8월 중 재정준칙을 내놓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8월 발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달 초 장기재정전망을 국회에 제출할 때도 함께 발표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시기를 늦췄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장기재정전망을 국회에 처음으로 의무 제출하다보니 시간을 두고 재정준칙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종 확정안 발표 시기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 반대 때문이다. 여당은 재정준칙 자체를 반대한다. 최근 기동민,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논쟁을 부르고 국가적 역량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준칙은 총지출, 채무비율 등에 관해 상한선을 두고 준수하게 하는 기준을 말한다. 여론 압박에 못이겨 도입을 추진하지만 확장재정을 쓰려는 현 정부에겐 걸림돌일 수 밖에 없다.

야당은 반대로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며 4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유연한 재정준칙과는 방점이 다르다. 기재부는 경기대응성이 높은 재정준칙을 만들고 있다. 총지출 증가율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지출 증가율+5%포인트'로 제한하는 식이다. 재정적자 관리 목표도 매년 지키도록 하기보다 '3년 연속 목표치를 밑돌면 안 된다'는 식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경기위기 상황엔 준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담고 있다.

유연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재정준칙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의무보다는 권고 수준에 그칠 우려도 있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데다 재정준칙의 적용기간을 5년으로 한다면, 재정준칙의 준수 여부를 5년 후에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다른 이유로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을 반대하고 있어 10월 중 발표되더라도 내년 중 국회를 통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작 문재인 정부는 재정준칙을 따를 필요가 없을 전망이다. 내달 중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표되더라도 40일 간의 입법예고와 규제개혁, 법제처 체계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회로 법안이 넘어가는 시점은 빨라야 오는 12월이 될 수 밖에 없다.

내년 중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재정준칙이 처음 적용되는 것은 2022년 예산 편성부터다. 그 해 5월에는 대선이 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는 재정준칙을 지킬 필요가 없는 셈이다. 부담은 온전히 다음 정부의 몫이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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