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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대답없는 재판

  • 기사입력 2020-09-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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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은 재판에 있어 심급제도가 다르다.

남한은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의 3급 3심제인데, 북한은 시·군인민재판소, 도(직할시)재판소, 최고재판소의 3급 2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는 무조건 대법원이 최종심이지만 북한은 도(직할시) 재판소에서 재판이 끝나거나 인민재판소에서 직접 최고재판소로 직행하는 경우가 있어 한 사건에 두 번만 재판을 받는 2심제이다.

변호사로서 우리의 3심제가 2심제보다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라고 본다.

2심제는 신속한 재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3번에 걸쳐 다른 법원에 의한 판단을 받는 것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충실하게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고의 남발로 대법원의 재판 부담이 가중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81년에 상고허가제, 1994년에 현재의 심리불속행제도가 도입됐다.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문에는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해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같은 법 제5조에 입각해 상고를 기각한다’는 문구가 짤막하게 적혀 있을 뿐이다. 판결문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빗대어 ‘10초 재판’이라고 불린다.

국민은 재판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판결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하급심의 잘못된 판단을 최종적으로 바로 잡아줄 것을 기대하며 상고한다.

그러나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은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패소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상 2심제가 돼 버린 것이다.

이러한 심리불속행 판결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고, 기각률은 민사·가사·행정소송에서 2016년 이후 3년 연속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지난 9월 22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공동주최한 ‘심리불속행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이러한 현실을 당사자의 요청에 법원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재판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에서 처리해야 할 사건이 1년에 4만건이 넘고, 대법관 1인이 담당해야 하는 사건은 연 3000건이 훨씬 넘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고심에서 개별 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하기 어렵다.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고르게 반영하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보편타당한 원칙을 확립하기에 무리가 있다.

대다수 국민과 법조인은 심리불속행제도를 비롯한 상고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국회에도 관련 법률안이 꾸준히 발의돼왔다. 대한변협 또한 토론회와 세미나를 개최하는 외에도 상고심제도개선TF, 심리불속행제도폐지연구TF 등을 통해 바람직한 개선 방향을 모색해왔으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며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위헌적인 요소가 있는 심리불속행제도를 폐지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상고심 제도 전반에 대한 통찰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재 대법원의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도 바람직한 상고심 제도 마련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을 위해 친절하게 대답하는 재판이 곧 등장하리라 기대한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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