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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온 노출’ 독감백신 400명 접종…“‘물백신’ 아닐까” 불안
질병청, 상온 노출된 백신 접종자 407명 파악
“현재까지 이상반응 없지만 접종자 추적 관찰 중”

유통상의 문제가 발생해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지 이틀째인 23일 오후 광주 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백신 수급 부족을 우려한 시민들이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상온 노출’로 인해 사용이 중지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이 400명을 넘었다.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어서 백신 접종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아직까지 접종자 중 이상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의 부작용보다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7일 오후 “조사 대상인 정부 조달 물량을 접종한 경우가 오늘 기준 총 407건으로 보고됐다”면서 “현재 이상반응 신고 건은 없으며 이상반응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온 노출된 독감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파악할 때마다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통이 중단된 백신 접종자는 지난 25일 224명에서 26일 324명으로, 어제는 407명으로 하루 평균 100명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국가 조달 물량을 공급하는 업체인 신성약품이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차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땅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전격 중단했다. 질병청은 접종 중단 조치에 따라 의료계와 보건소 등에 공문을 발송했고,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에는 개별적으로 관련 문자를 보냈다. 긴급한 경우에는 문자 발송·예방접종 통합관리시스템 등을 통한 공지로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조달 물량과 유료 민간 물량을 분리하지 않았거나 무료 백신 접종 중단 안내 이후에도 이를 알지 못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백신 접종이 그대로 진행됐다. 질병청이 지난 22일 관련 내용을 브리핑한 뒤에도 다음날(23일) 8명이 해당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은 접종 중단을 공지했는데도 접종자가 늘어나는데 대해 “조사 대상 정부조달 물량이 접종된 사례를 조사·확인하면서 그 수치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온 노출 백신의 안전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백신 속 단백질이 온도 변화로 인해 변형되면 백신의 효능이 변하거나 아예 효능이 없는 ‘물백신’이 될 가능성이 있어 면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까지로 봐선 안전성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상온에 얼마나 노출됐느냐에 따라 항원 단백질이 변성돼 백신의 역할이 떨어지는 물백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온에 노출된 시간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만약 상온에 방치된 시간이 길었다면 백신의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민들의 불안해하는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물량을 폐기하거나 정확한 조사 결과를 신속히 공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온에 노출된 독감 백신을 수거해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한 뒤 문제가 없으면 접종을 순차적으로 재개할 계획이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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