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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다시 긴장하는 연평도 “자진월북 있을 수 없다”…시민들, 정부 안일한 대응 성토
충격에 휩싸인 시민들…“北에 강력한 항의 필요”
10년전 北포격 당한 연평도 주민들 공포 더 커
군인권센터는 유엔에 ‘남북 방문조사 요청’ 서한
25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해경선으로 보이는 선박 관계자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박상현·주소현 기자] 북한군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47)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서 개탄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특히 10년 전 포격 사건을 겪은 연평도 주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다시 불안감을 호소했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성명서를 내고 유엔 서울사무소에 한국과 북한에 대한 긴급한 방문 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할 예정이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뭐했냐’ 묻던 정권, 그전과 뭐가 다르냐” 시민들, 정부 대응 개탄=시민들은 우리나라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잔혹하게 사살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강모(29)씨는 “이번 정권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당시 7시간동안 뭐했냐고 묻던 사람들이다.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며 “그동안 정부가 겉으로는 ‘북한이랑 관계가 좋아졌다’고 했지만 실제 내실은 하나도 다져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대학생 김모(26)씨도 “(지난 23일)밤 12시인가 뉴스가 떴던데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며 “정부가 감시는 다 하고 있었다지 않느냐. 근데도 대책이 없었다. 안일한 대처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께 A씨가 북한군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의 첫 서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4시간 뒤인 22일 오후 10시 30분께 총격·시신 훼손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사이에 우리 정부는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최모(29)씨는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지난 24일 “이번 사안은 9·19 군사합의의 세부 항목의 위반은 아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 “전시상 황에도 민간인 사살은 굉장히 예민한 일이고 범죄다. NSC의 입장 발표도 미온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입장 발표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많다. 통일부는 지난 24일 북한군의 공무원 사살에 대해 “엄중히 항의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냈다. 접경 지역인 경기 포천에 사는 이모(27)씨는 “통일부에서 내놓은 입장문을 보면 규탄하고 항의한다고 썼지만 휴전선과 맞닿은 동네에 사는 저로써는 항의성 글이 아닌 더욱 강력한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들 충격 더해…자진월북 가능성도 의문=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받는 충격은 더욱 크다. 특히 이 섬 주민들은 특히 이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평도에서 나고 자란 정모(65)씨는 “이런 상황이 저희 지역에서 발생해서 육지 사람들보다 저희가 받는 충격은 크다”며 “연평도 포격 당시 우리 집에 포탄이 떨어졌다. 직접 상황을 겪은 사람이라 북한 사람들은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연평도 주민 전부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2010년 11월 23일 발생했으며, 당시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도 주민 2명과 군인 2명이 숨졌다.

익명을 요구한 연평리 거주 60대 여성 B씨는 “육지에서 빨리 TV 켜 보라고 전화가 왔더라”며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두고 가서 사정이 있어서 빠져죽었나 했는데 갑자기 북한에서 총살하고 (시신을)불태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했다.

특히 연평도 주민들은 A씨의 자진월북 가능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정씨는 “A씨는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자진 월북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조수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떠내려간 지역은 저희도 가끔 낚시 가는 지역이다. 거기 물살이 엄청 세다. 웬만한 사람은 빠지면 그냥 죽는 곳”이라며 “그런 데에서 월북을 했다니, 현지에서 우리가 느끼기에는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북한군 무고한 민간인 살해 사건 반복” 유엔에 조사 요청=군인권센터는 이 사태에 대해 유엔의 방문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북한군이 제네바 제4협약’ 및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69조를 위반해 희생자의 신체의 자유와 생명을 자의적으로 박탈한 사안에 관해 유엔 비사법적 약식·임의처형 특별보고관,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유엔 서울사무소에 한국과 북한에 대한 긴급한 방문 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이 사태의 본질은 북한군이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위반하여 재판도 없이 약식으로 민간인을 까닭 없이 사살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것”이라며 “어떠한 이유로도 군인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함부로 살해하는 일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강산 민간인 관광객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한이 무고한 민간인을 임의로 살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차제에 북한의 비인도적 행위에 대한 엄정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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