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건 직후부터 다수 정보 공유…위험 분석도”
정부, ‘사살 위험’ 정보에도 가능성 작다고 판단해
軍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 해명에도 비판 계속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북한이 해상에 표류 중인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동안 정부는 자체 감시 자산뿐만 아니라 미국 측으로부터 공유받은 정보를 종합하고도 상황 판단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에는 북한이 입경자를 사살할 수 있다는 정보가 포함됐지만, 정부는 북한이 우리 국민을 사살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군과 정보당국, 청와대 NSC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이번 우리 국민의 총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미국 측으로부터 공유받았다. 한 미국 측 외교 소식통은 “최초 한국인 공무원의 실종 이후 관련 내용을 미국이 공유 받았고, 이후 다수의 정보가 다시 한국에 공유됐다”며 “자세한 첩보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북한군이 입경자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 역시 “미 측으로부터 받은 내용을 포함해 한국 정부가 확보한 첩보는 공무원의 피격 이전에도 상당했을 것”이라며 “이 중에는 북한군에 의한 사살 가능성을 다룬 정보도 포함됐지만, 한국 NSC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은 사건 이전에도 북한군이 국경 지역에 특수부대를 배치, 입경하는 사람에 대한 총살에 나섰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10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행사에서 “북한이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이유로 북중 국경에 특수부대를 배치해 사살 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미군 측의 위험 정보에도 최종적으로 표류 중인 우리 국민이 사살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는 등 사실상 상황판단에 실패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우리 측 정보와 미군이 공유한 정보를 종합해 피살된 공무원의 행적을 확인했다”며 “여러 정보를 봤을 때 ‘남한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북한군이 총살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정부가 최종 판단을 내렸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서해상에 표류 중이던 우리 국민을 최초 확인한 시점은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이다. 당시 군은 거의 실시간으로 우리 국민과 북한군의 접촉 사실을 확인했지만, 사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해 6시간 동안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9시40분께 북한군은 사살을 감행했다.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사살했다는 첩보 역시 거의 실시간 확인됐지만, 이마저도 제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정부는 사살 첩보를 지난 22일 오후 10시30분께 입수했지만, 다음날 오전 1시께에 열린 NSC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첩보의 신빙성을 두고 회의를 계속했고, 문 대통령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30분에서야 총살 첩보가 처음으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우리 국민과 북한군이 접촉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 17시간이 지난 뒤로, 이미 ‘골든타임’은 놓친 셈이다.
전날 군으로부터 상세한 내용을 보고받은 국회 국방위 핵심 관계자는 “군이 이미 ‘북한이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라면서도 “우리 국민의 피살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