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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 ‘팬데믹:여섯 개의 세계’외

▶팬데믹:여섯 개의 세계(김초엽 외 지음, 문학과지성사)=전염병을 주제로 한 SF앤솔로지.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 등 개성 넘치는 여섯 작가들의 여섯 작품을 멸망, 전염, 뉴노멀 등으로 나눠 두 편씩 실었다. 김초엽의 ‘최후의 라이오니’는 멸망한 문명을 탐사해 자료와 자원을 채취하는 로몬족인 주인공이 거주구 3420ED를 탐색하는 이야기. 다른 로몬족과 달리 공포의 감정을 느낀다는 선천적 결함을 갖고 있어 평소에 제 몫을 해내기 어려웠던 나는 알 수 없는 끌림으로 닿게 된 거주구 3420ED에서 기계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존재이유를 알아간다. 듀나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은 초광속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 낯선 행성에 뿌리내린 인류를 보여준다. 공존과 같은 주기로 자전해 극한의 낮과 밤만 존재하는 이 행성에선 중간의 여명지대 바다 위 고래 등에서만 사람들의 생존이 가능하다. 문제는 고래병으로 고래들이 죽어나가면서 새로운 터전이 필요해진다. 두 번째 전염의 장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정소연의 ‘미정의 상자’는 전염병으로 초토화된 수도권을 버리고 남족으로 내려가던 미정이 금속상자를 줍게 된 미정은 전염병 이전의 삶을 새롭게 발견해나가게 된다. 배명훈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비말을 잔뜩 일으키는 격음이 사라진 시대의 뉴노멀을 경쾌하게 그려냈다.

▶낮의 집 밤의 집(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이옥진 옮김, 민음사)=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카르추크 소설의 원형을 보여주는 작품. 신화와 전설, 외전,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해 시공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쳐가는 그의 작업은 작은 이야기들이 연결해가면서 의미를 드러내게 된다. 소설의 배경은 1990년대, 폴란드의 작은 마을 피에트노와 주변 지역들이다. 하지만 인물들의 기억은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성녀 쿰메르니스가 살던 옛날로 가기도 한다. 주인공인 나는 동행인 R과 함께 몇달간 노바루다에 머무는데 거기서 가발을 만드는 신비로운 이웃 마르타를 만나면서 끝없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집. 나는 피에트노에 이주해 새로운 집에 거주하며 이웃을 만나고 손님을 초대하는데, 낮에는 특별할 것 없는 삶의 공간인 집이지만 밤이 되면 서서히 되살아나는 집의 숨소리를 듣는다. 집은 꿈에도 기이한 형태로 자주 등장하는데, 꿈을 기록해나가면서 자신과 바깥세상을 이해해나간다.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A.J.P.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페이퍼로드)=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책들 가운데 가장 완벽한 기록으로 꼽힌다. 방대한 자료, 음모론을 단호히 배격하고 전장의 현실을 기록하면서 인간의 신념과 실수와 오기도 단호하게 담아냈다. 20세기 가장 인기있고 논란이 많은 역사가로 불리는 테일러는 전쟁의 와중에도 매달 옥스퍼드 등에서 열린 공개강좌를 통해 전황을 검토하고 전망을 내놓는 논평을 했다. 이 책은 30년 동안 준비한 전쟁 기록으로,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취하지 않고 논쟁적인 주제의 경우 모든 증거를 신중하게 검토, 가장 객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가장 큰 특징은 전쟁이 일어난 지중해, 대서양, 태평양과 러시아, 북아프리카, 서유럽, 극동 지역 등 성격이 각각 다른 전쟁지역들을 함께 묶어 다룬 점이다. 가령 진주만이 습격당할 때 독일이 모스크바 앞에서 멈추었고, 스탈린그라드가 포위됐을 때 영국이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승리하고 있었으며, 영국과 미국이 시칠리아에 상륙할 때 러시아는 쿠르스크 전투에서 이기고 있었던 상황을 함께 드러내는 기술이다. 미공개 사진과 화가들의 그림을 포함한 각 전장의 400여장의 도판과 전황과 전장을 상세히 묘사한 40여장의 지도는 전쟁과 인간의 참모습을 증언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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