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보고받은 시점 논란될 수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악영향 가능성

남북관계 치명타…文대통령 임기 내 복원 어려울 수도
북한의 한국 국민 사살 뒤 시신 훼손이라는 대형악재가 불거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도 치명타를 입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 구상을 밝혔지만 이번 사건으로 오히려 고의지연설의 빌미로 비판받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청와대는 북한의 총격으로 우리 국민이 사망한 사건으로 곤혹스런 모습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지 하루 만에 북한발 대형악재가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판론마저 제기되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24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통상 목요일 오후 3~4시께 열던 회의를 앞당긴 것이다. 회의에서는 군과 정보당국의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대처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오후부터 각급 회의를 이어가며 정보를 분석·공유하며 상황 파악에 분주했다.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을 비롯해 각급 부처 관계자들이 전날 심야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책을 논의했으며, 이날 이른 오전에도 이인영 통일부장관, 서욱 국방부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청와대에 모여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실종된 공무원 A 씨의 월북 시도 여부를 비롯해 미스터리한 대목이 남아있지만 한국 국민이 북한에 의해 총격 사망하고 화장까지 됐다는 충격적 사건의 파장이 어디로 튈지 가늠키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남북대화 재개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반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사건 발생을 전후한 23일(현지시간 22일) 새벽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 구상을 밝혔다는 점도 공교로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한 남북한과 중국, 일본, 몽골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시간대가 확인돼야하겠지만 문 대통령이 북한에 의한 우리 국민의 총격·화장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거나, 보고받고도 대북 유화메시지를 보냈다는 비판도 가능한 셈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은 과거 박왕자 씨 피격 사건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게 없는데 문 대통령은 어제도 종전선언을 운운했다”며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종선선언을 얘기했는지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북한에 연락할만한 마땅한 수단도 없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서 연락이 왔거나 우리가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통일부는 이 건과 관련해 북측과 연락할 수단이 지금 없는 상태”라며 “현재 북측에서 연락 온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북한이 지난 6월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 간 통신선을 끊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현재 남북간 소통채널을 모두 차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