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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러스] 사람 못 믿어 AI에 맡겼더니…‘소심’한 성과만
위험관리에 최적화
상승장서 성과부진
막연한 믿음 경계를
결국 ‘사람’의 선택
알고리즘 이해 중요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 A 씨는 지난해 한 은행에서 운영하는 로보 어드바이저(RA) 기반의 펀드 상품에 가입했다. 1년여가 지난 현재 수익률은 5%대. 은행 이자율보다는 높은 수익이라고 위안을 삼지만,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폭등해 여기저기서 돈 벌었다는 소문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로보 어드바이저(RA)가 코로나19 이후 투자 열풍 속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도록 설계된 때문이다. 증시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덜 하지만, 상승장에서도 수익을 덜 낸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코로나19가 증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지난 3~8월 6개월간 RA 펀드 수익률은 ▷안정추구형 1.38% ▷위험중립형 3.4% ▷적극투자형 3.99%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7.07%, 코스닥 상승률 38.89%에 크게 못미친다.

안정추구형은 주로 채권 위주로, 적극투자형은 주식 위주로 구성돼 있다. 위험중립형은 채권과 주식을 혼합해 투자한다.

증시 상승 동력이 상당히 둔화된 8월 한달간의 상승률만 보더라도 ▷안정추구형 0.13% ▷위험중립형 2.13% ▷적극투자형 2.29%로 코스피(3.41%)이나 코스닥(4.04%)보다 낮다. 로보 펀드는

금융권 관계자는 “RA는 시장이 상승할 때와 하락할 때의 변동률 표준편차가 크게 나지 않아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최근 상승장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가 활황이었던 2017년에도 코스피 지수는 30% 가량 상승하는데 RA펀드 수익률은 10%에도 못미쳤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증시가 횡보하던 2019년에는 로보 펀드가 시장평균 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다. 2019년 로보 펀드 위험중립형의 수익률은 11.41%, 적극투자형은 16.78%로 코스피(7.67%)나 코스닥(-0.86%)보다 뛰어났다.

하락장에서는 로보 펀드 내에서도 얼마만큼 위험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엇갈렸다. 코로나로 증시가 폭락하던 올해 1분기(1~3월) 수익률을 보면 위험중립형이 -4.3%로, 코스피(-20.16%)나 코스닥(-15.04%)보다 손실폭이 작았다. 다만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적극투자형의 경우 -19.52%로 지수 하락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횡보장에서는 자산배분을 효율적으로 한 것이 수익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이후 증시는 재무상황이 건전하지 않은 바이오주가 큰 폭으로 오른다던지, 오르는 주식만 계속해서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등 기존 데이터로 이해하기 힘든 장세가 펼쳐진 데다 시장 변화의 속도가 빨라 기존 RA의 알고리즘이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A에 내재된 알고리즘에 따라서도 수익률 편차가 크다. 신한금융투자의 ‘신한-콴텍 가치투자 주식형2호’(적극투자형)나 NH투자증권의 ‘NH-콴텍 국내주식형 고배당기업’(적극투자형)같은 알고리즘은 지난 6개월간 각각 61.85%와 41.9%의 수익률로 코스닥(38.89%)보다 좋은 성적을 보였다.

3년간의 장기 수익률로 봤을 경우에는 키움증권의 ‘키움 멀티에셋 적극투자형’(수익률 39.1%)이나 쿼터백자산운용의 ‘쿼터백 글로벌자산배분 해외상장ETF 적극투자형’(29.49%)의 성적이 뛰어났다.

어떤 성향의 RA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RA를 선택하는 사람의 판단이다. 해당 RA에 내재된 알고리즘이 어떤 성과를 기록해왔고, 어떤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를 세심히 살펴야한다. RA를 운용하는 기관이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RA의 운용 안정성과 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업무를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의 양훈석 팀장은 “로보 펀드는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데,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아주 안전한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와 아주 고수익의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로 양분돼 있는데다 다른 나라에 비해 직접 투자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로보 펀드는 사람이 저지르는 감정적 대응이나 실수 등을 피할 수 있고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데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퇴직연금 운용 시장 등에 활용된다면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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