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투자촉진세제, 올해 예정대로 종료하거나 전면 개편해야"
기재부, 공식 의견 무시하고 면세 기준 5%p 올리고 2년 연장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국책연구원이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고용을 이끌어내는 효과는 없고 기업의 세금 부담만 늘린다는 취지였다. 재정당국은 의견을 접수하고도 오히려 과세 범위를 확대했다.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획재정부의 의뢰로 분석한 '투자·상생협력 촉진을 위한 과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69개 대기업에 투자촉진세를 부과해 거둔 법인세만 85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법인세수 72조1743억원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투자촉진세로 거둔 첫 세수다. 기존의 기업소득환류세로 확보한 세금 규모는 2017년 4279억원, 2018년 7191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기업소득환류세의 이름을 투자촉진세로 바꾸며 배당 대신 상생지원을 요건으로 포함시켰고, 세율을 10%에서 20%로 높였다.
KDI는 투자촉진세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거나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했다. 세금과 같은 제재 수단이 아니라 인센티브로 투자, 고용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제언이 담겼다.
근거는 명확했다. 먼저 투자를 되려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지방세 포함)인데 여기에 투자촉진세까지 과세될 경우 최대 3%포인트의 세율 인상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공장을 한 번 증설하면 후속적으로 들어가는 유지관리 비용이 크다. 잘못된 투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추가적인 투자를 하기 어렵다. 토지나 공장에 투자하기 어려운 서비스나 게임, 제약업 등은 제조업에 비해 불리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고용 양극화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임금을 올린다면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임금 수준은 한 번 높이면 다시 낮추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KDI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약 10%를 임금 상승에 투입하면 5년 뒤 누적효과로 인해 임금 지출이 순이익의 60%를 넘을 수 있다고 봤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다. 기재부는 2~3년마다 외부기관서 조세특례 연장 여부를 묻는 심층평가를 받아야 한다. 투자촉진세제도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제도 존립 평가를 공식적으로 받았다.
이때 외부기관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되지만 이번엔 철저히 외면받았다. 기재부는 과세를 강화하고 종료일을 2년 더 연장했다. 투자촉진세를 내지 않기 위해 투자, 고용, 상생협력에 써야 하는 금액을 당기 소득의 65%에서 70%로 올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부과된 세제인 만큼 성과를 더 지켜봐야 했다"며 "기존 투자·고용 유인 제도와 법인세율 등과 연동돼 있어 단기적으로 크게 개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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