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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의 현장에서] 시장은 답을 알고 있다

“이 시국에 굳이 그 발행사 수요예측에 들어갈 이유가 없죠.”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물량을 채우지 못한 발행사에 대해 그 이유를 묻자 한 기관투자가는 이렇게 변했다. 회사채를 포함한 채권투자는 주식과 대체투자에 비해 보수적인 편이다. 확정된 이자와 발행되기 전 검증을 통한 신용등급이 있다. 채권투자자들은 이를 믿고 시장에서 투자를 진행한다.

모든 투자에서 수익률이 중요하지만 채권투자에서는 수익률과 더불어 안전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 이에 기관투자가들은 포트폴리오를 배분할 때 채권을 안정적인 투자자산으로 넣는다. 개인투자자로 치면 예금과 적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만큼 채권투자는 보수적이고 방어적이다. 위험에 베팅하기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베팅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회사채 투자 방향은 다른 투자보다 향후 기업, 즉 발행사들의 앞날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지난 2017년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투자 손실 건 등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흐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자금을 넣은 회사채 투자에 있어 발행 전에 기관들은 발행사에 대해 검증하고, 신용등급과 금리밴드 등 개별 회사채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 최종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금리와 투자금액을 결정하고, 베팅한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난 여러 악재에 따라 회사채 수요예측의 부진이 예견되기도 하지만, 일반투자자들은 알 수 없는 수면 속 악재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 중지되거나 예상치 못한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낮은 신용등급이나 저조한 업황 탓에 발행사들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줄지어 나온다. 일부 발행사는 우수한 신용등급을 지녔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악재가 없는데도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발행사들에는 안타깝고 마주하기 싫은 현실이겠지만 시장은 냉혹하다. 보수적인 채권시장에서 자금집행기관들은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말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나 채무불이행 가능성 유무에 따라 발행사는 웃고 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가 채권을 비롯해 주식과 부동산 등 다른 투자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한파가 회사채시장에서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우수한 발행사와 그렇지 못한 발행사 간의 ‘부익부 빈익빈’, 즉 시장쏠림 현상은 더욱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기업에는 모집물량 이상의 자금이 몰려 낮은 금리와 더불어 증액 발행으로 여유로운 자금 집행이 기다리고 있다. 반면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은 미매각의 오명을 감내해야만 한다.

향후 기업에 대한 투자 방향을 알고 싶으면 회사채시장을 예의주시하자. 방대한 정보력으로 무장한 기관투자가들이 철저한 검증을 대신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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