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훈령·지방공무원법 따라 수사 개시 시 10일 이내 통보해야

복지부 의견 이후 추가 질의 검토했지만 추가 질의는 하지 않아

[단독] ‘박원순 분향소’ 수사 경찰, 법령 위반하고 두 달간 수사개시 통보 안 해
지난 7월 11일부터 사흘간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분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7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영결식 당시 서울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한 것과 관련해 서울시 직원 등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법령을 어기고 수사 개시 통보를 두 달 동안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날로부터 열흘 안에 공무원 신분인 피고발인에게 수사 개시 통보를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로부터 분향소 설치가 ‘집회’에 해당된다는 회신을 받은 경찰이 질의를 추가로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추가 질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1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7월 30일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받고 이달 11일 오전까지 피고발인인 서울시 공무원에게 수사 개시 통보를 하지 않았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공무원에 대해 수사를 개시하거나 종료(검찰 송치)할 경우 열흘 안에 이 사실을 해당 공무원이 소속된 기관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지방공무원법에도 감사원과 검찰·경찰 등은 조사나 수사를 시작했을 때와 마쳤을 때 10일 이내에 소속기관장(長)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8월 4일부터 19일까지 병가였다”며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는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직원이 병가에서 복귀한 뒤 열흘이 넘도록 수사 개시 통보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고시를 내리고 지난 2월 26일부터 서울광장·청계광장 등에 대해 집회를 금지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사망 후인 7월 11일부터 사흘간 서울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 운영 기간에 2만여명 이상의 조문객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시가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했다는 보수단체 측의 고발이 이어졌다. 남대문경찰서에 박 전 시장 분향소를 설치한 행위를 감염병예방법 위반행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으로 고발 2건, 진정 1건 등 총 5건이 접수됐다.

남대문경찰서에는 박 전 시장 분향소와 관련해 지난 7월 30일 접수된 고발 외에 이달 3일에도 서울시 관계자 등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한 추가 건이 접수됐다. 본지 취재 후인 11일 오후에서야 고발 2건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가 진행됐다.

경찰은 그동안 분향소와 관련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남대문경찰서에 접수된 진정 건에 한한 것이었다. 이 진정은 지난 7월 15일 서울시 관계자들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됐다.

경찰은 고발 등이 이어지자 지난달 복지부에 분향소 설치가 감염병예방법상 집회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같은 달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일반인을 상대로 조문을 받은 행위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면, (감염병예방법에서 규정하는) 집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박 의원은 이 자료를 근거로 ‘복지부가 분향소 설치를 위법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복지부는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이 분향소가 위법이라는 판단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후 경찰은 복지부에 재차 유권해석을 요청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추가적인 질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유권해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