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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깜이' 된 재간접펀드…키움 H2O 사태로 문제 노출
불완전가입 위험 아주 높아
연금에 금지된 차입도 가능
펀드매니저 역할이 절대적
경력 짧은 총수 자녀가 맡아

[헤럴드경제=서정은·문재연 기자] 사모펀드에서 촉발된 환매연기 사태가 재간접공모펀드까지 덮쳤다. 공모펀드 환매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는 사모펀드가 아니더라도 ‘깜깜이’,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기초자산이나 운용전략이 재간접펀드라는 포장지 속에 꽁꽁 쌓여 드러나지 않은 결과다. 그러다 보니 연금상품에는 금지된 차입도 버젓이 편입이 이뤄졌다.

2017년만해도 20조원대였던 재간접펀드는 최근 4년간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미 조성돼 있는 펀드를 편입하기 때문에 신규 모집 부담을 덜 수 있고, 투자자들은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당국은 급기야 사모펀드에도 분산투자하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시장까지 열었다.

재간접펀드 핵심은 단연 펀드 선정이다. 투자자들이 일일이 피투자펀드들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는 다양한 헤지전략을 구사하는 유럽연합 공모펀드(UCITs)를 편입한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에 편입된 H2O 알레그로펀드는 지난해 중순부터 UCITS 비유동성 자산 편입비중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H2O운용의 펀드(알레그로·멀티본드)는 최근 프랑스 당국으로부터 자산분리를 권고받았는데, 비유동성 사모채권 편입 비중이 펀드별로 20~30%에 달했다. 공모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자금이 '무등급' 채권에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해외에서는 알레그로펀드는 롱 숏 포지셔닝에 5~6배에 달하는 차입을 한 정황이 있어 위험펀드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정보들에도 운용보수를 받은 운용사나 판매보수를 챙긴 판매사는 이번 환매중단 조치 전에 투자자들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투자금의 최대 0.9%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은 판매사들은 펀드의 성과 등 여러가지를 종합해 라인업 했지만, 피투자펀드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알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키움투자자산운용이 펀드를 출시한 뒤, 온라인퇴직연금(C-P2e) 및 연금저축(C-P, C-Pe)용으로 팔린 자금만 해도 수백억원에 달한다.

재간접펀드가 투자하는 역외펀드는 국내 금융당국의 영향력에도 벗어나있다. 금융감독원은 외국수익증권 판매신고제를 통해 해외 운용자산의 규모, 자본금, 처분내역 등의 변동사항을 보고받고 있지만, 구체적인 피투자펀드의 내역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극단적으로 시한폭탄같은 펀드를 편입하고 있어도 재간접펀드라는 껍데기에 쌓여 외부에서 리스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펀드별로 투자비중을 조절하는 대행운용사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번 키움얼터너티브펀드는 다우키움그룹 총수인 김익래 회장의 둘째 딸인 김진이 이사가 책임운용역이다. 2010년에 입사했고, 운용경력은 2년 10개월에 불과한데, 수 천억원 규모의 글로벌 액티브펀드 운용책임을 맡았다. 키움운용은 환매 사실을 처음 통보받은 이후에도 1주일 이상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고, 그 사이 문제자산 규모는 크게 불어났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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