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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계승’ 내세운 스가 대세론에 ‘아베 3대 스캔들’도 묻히나
모리토모·가케학원, 벚꽃놀이 스캔들
아베 정권 관방장관 스가도 책임서 자유롭지 못해
‘2위 싸움’ 이시바·기시다, 재조사 카드로 차별화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직접 연루됐지만 그동안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던 대표적인 ‘3대 부정부패’ 사건이 차기 정권에서도 묻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베 정권의 현 핵심 멤버이자 ‘아베 정권 완전 계승’을 내세우며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 나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선거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토모·가케 학원스캔들, 벚꽃놀이 스캔들

아베 정권의 3대 부정부패 사건은 ‘모리토모(森友) 스캔들’ ‘가케(加計)학원 스캔들’ ‘벚꽃놀이 스캔들’을 지칭한다.

‘모리토모 사건’은 아베 총리 부부와 가까운 학교 운영자가 2016년 6월 감정평가액보다 8억엔(약 90억원)가량 싸게 국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 부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일이다.

국유지를 관리하는 재무성이 아베 총리 부부와 관련된 내용을 조작해 국회에 제출했고, 상사의 강요로 서류를 조작했다는 메모를 남기고 재무성 산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은 특혜 매각 수사를 했지만 관련 공무원들을 불기소 처리했다. 유족은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가케학원 사건’은 2016년 아베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이 운영하는 사립대학에 수의학부를 새로 허가해주는 과정에서 직접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마지막으로 ‘벚꽃놀이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 주민과 후원 회원을 정부 공식 행사인 ‘벚꽃 보는 모임’에 대거 초청하는 등 세금으로 지지자를 접대했다는 의혹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

아베 총리는 또 자신의 스캔들을 막기 위해 가까운 사이인 구로카와 히로무 전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마음대로 연장해주고 검찰총장에 앉히려다가 구로카와가 ‘마작 스캔들’로 중도사퇴하면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 또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상 부부가 선거를 위해 금품을 지급했다가 기소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나카노 고이치 일본 조치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아베 총리는 의회·언론·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 많지만 이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베가 살아야 본인도 사는 스가

스가 장관은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선언과 동시에 아베 정권의 ‘3대 부정부패’ 사건에 대해 “이미 끝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로이터]

스가 장관은 지난 2일 밤 ‘니혼TV’ 보도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리토모 학원’ 문제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끝난 사안이다. 재조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케학원 사건에 대해서도 “법령에 따라 검토가 진행된 사안”이라고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벚꽃놀이 스캔들에 대해서도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진상규명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와 관련된 각종 스캔들에 이처럼 스가 관방장관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난 아베 2기 정권 내내 ‘정부의 입’ 역할을 한 관방장관을 역임하며 아베 정권 지키기에 앞장섰던 자신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정권을 지키려고 했던 스가 장관도 의혹의 당사자인 만큼 앞으로 (이 스캔들에 대해) 계속 추궁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7년8개월간 지속된 아베 정권에서 주요 요직을 나눠 가졌던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집권 자민당 내 주요 파벌들이 아베 정권은 물론, 연장선에 있는 스가 장관이 흔들리는 것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위 싸움’ 이시바 vs 기시다, 아베 스캔들 재조사 카드 꺼내

총재선거 레이스에서 스가 장관이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한목소리로 아베 정권 3대 스캔들에 대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왼쪽)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로이터]

아베 총리와 ‘정치적 라이벌’로 불리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 1일 총재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3대 스캔들과 관련해 “정치가 뭔가 호도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납득도, 공감도 안 된다”며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밝히겠다”며 진상규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기시다 정조회장도 같은 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실제 어땠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며 “실태를 알고 무엇을 할지 생각하겠다"”고 다소 유보적이지만 재조사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이는 스가 장관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이 아베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에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지병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아베 총리의 남은 임기인 내년 9월까지이고, 스가 장관은 앞으로 1년 동안만 국정을 운영하는 ‘중간 계투’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기시다 정조회장과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임기 3년의 자민당 총재를 뽑는 내년 9월 선거를 위해서도 2위 자리를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사람에게 이번 싸움은 1년 뒤 진짜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인 셈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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