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한 달 이용자 2억명…한 칸에만 300명 탑승

전문가 “확진자만이라도 CCTV 등으로 동선 공개해야”

“정부, 특정집단 조사에만 치중…‘잘못된 안도감’ 번져”

지하철내 코로나 감염자는 ‘0명’?…역학조사 대상서 빠진 ‘시민의 발’
지하철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승객들을 폭행한 혐의(폭행)를 받는 5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지하철 내 확진자에 의한 감염 사례가 없던데, 지하철 방역 시스템을 다른 곳에 도입하면 되겠다.”

시민들이 좀처럼 보고되지 않는 지하철 승객에 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사례를 풍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 취재 결과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역학조사 대상에서 사실상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폐쇄회로(CC)TV 등을 이용해 최소한 확진자가 지하철을 이용한 경우만이라도 동선을 상세히 공개, 의심 증상이 있는 시민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지하철 1~8호선을 이용한 승객 수는 무려 2억3924만명(누적 기준)에 달한다. 출퇴근 시간 한 칸엔 적게는 200명부터, 많게는 300명까지 동시 탑승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기하급수적으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구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깜깜이 감염’ 중 상당수가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질본과 지자체는 확진자의 동선 가운데 지하철 이용이 있더라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지하철 이용’이라고만 표시할 뿐 몇시께 어느 역에서 어느 역까지 이용했는지 기본적인 동선 공개조차 없는 것이다.

질본 관계자는 “확진자의 동선 공개는 증상 발생 2일 전부터 격리일까지, 무증상자의 경우 확진 2일 전부터 격리일까지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하철 내 감염 사례’는 따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역장이나 관련 직원이 확진됐거나 70대 할머니가 역사 내에서 “나 코로나 환자야”라고 외쳤다가 실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 등에 대해서만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서울시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가운데 택시 외 지하철이나 버스는 동선 공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실익이 적고 불안감만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대신 마스크 착용 지도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 기관에서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들은 “버스나 대중교통의 경우 워낙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고 자리도 정해지지 않아 추적을 제대로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특정집단 조사에만 힘을 쏟고 대중교통 감염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하철, 버스 등의 동선 공개는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전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확진자 있는 칸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추적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확진자만이라도 진술과 CCTV 등을 통해 어느 역에서 어느 역까지, 몇째 칸에 탔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금도 ‘턱스크’가 만연하고 순간적으로 마스크를 벗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지하철 내 폐쇄 공간에서 에어컨까지 돌아가고 있어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광화문 집회, 사랑제일교회 등에 ‘올인’하다 보니 여력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소한 확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간과 장소는 공개해야 함께 있던 사람도 의심 증상이 나오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게 안 되니까 광화문·사랑제일교회에 연결고리가 없으면 괜찮다는, 이른바 ‘잘못된 안도감(false belief of safety)’이 늘고 있다. 최근 검사 건수가 증가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