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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물·소금에 대해 당신이 몰랐던 것

도덕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천착한 프리드리히 니체는 젊은 시절부터 위장병으로 고생했다. 그는 다양한 식단을 시도했는데, 한 때 병원에 입원, 의사가 권하는 식사를 했다. 육류 위주로 하루 네 번 가볍게 식사하고 아침에 일어나 발포 비타민을 먹고 잠자리에 들기전엔 적포도주 한 잔을 마시는 식사법이었다. 물, 수프, 채소, 빵이 빠진 이 식사법은 니체의 소화기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채식주의 식단. 그가 존경하는 바그너의 영향으로 채식을 중단한 그는 건강이 매우 나빠지자 우유와 달걀만 먹어 보려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나중에는 식사를 극도로 줄이는 방법을 썼는데 그것도 효과가 없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영양학자 뿐 아니라 철학자들의 화두였다.

플라톤은 신선한 과일과 견과를 기본으로 한 식단을 추천했으며, 낭만주의자 루소도 우유, 채소, 달걀, 갈색 빵, 괜찮은 포도주 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단순한 식사를 옹호했다.

그런가하면 사르트르는 케이크와 페이스트리는 좋은 음식으로 생각했는데, 인간이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갖고 만든 게 이유였다.

영국의 철학자 마틴 코언은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부키)에서 음식에 대한 철학적 태도 뿐 아니라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의학적, 영양학적 정보를 망라해 제공하면서, 나에게 맞는 식사법을 찾으라고 권한다.

음식에 대한 팩트 체크는 기본. 코언은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거나 식품 기업들이 감추는 정보를 까발린다. ‘진짜 음식’을 옹호하는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최근 발표한 2000종이 넘는 빵 성분목록을 분석한 걸 보면, 빵 하나에 평균 20개의 성분이 들어있다. 개 중엔 곰팡이 제거제로 사용되는 프로피온산칼슘이나 농업용 비료로 쓰이는 황산암모늄이 들어있다.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된 아조디카본아미드, 글리세린주석산지방산에스테르라는 재료도 포함돼 있다.

다이어트를 위한 저지방우유와 저지방 요구르트의 실상은 코미디다. 유지방이 비만을 초래한다며 지방 함량을 줄인 이 우유는 맛이 없어 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액상 과당 같은 첨가물을 넣는다. 역설적으로 저지방 요구르트를 먹으면 오히려 살이 찐다는 얘기다.

저자는 최근 유행하는 육류위주의 팔레오 다이어트와 관련, 구석기 시대의 원시인들도 지역에 따라 먹는 음식이 천차만별이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실제로 석기 시대 유적지에선 식물성 음식인 씨앗, 딸기, 뿌리채소, 잎, 알뿌리 등이 발견된 바 있다.

고혈압, 심장마비, 신부전의 주범으로 꼽히는 소금의 진실도 드러낸다. 저염식이 심장마비나 심장 발작으로 사망할 확률을 높인다는 2011년 미국의학협회저널의 연구논문, 염분과 고혈압의 관계를 다룬 167편의 주요 연구를 검토한 덴마크 코펜하겐대 수석컨설턴트인 닐스 그로달 연구진의 결과도 주목을 끈다. 그로달에 따르면, 소금섭취량이 감소하면 혈압은 낮아지지만 콜레스테롤이 2.5%증가하고, 중성지방이 7%증가한다. 심장 건강이 오히려 나빠진다는 얘기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면 몸에 소금이 더 많이 저장된다는 연구도 있다.

저자는 물을 많이 먹으라는 조언, 초콜릿에 대한 편견 등도 꼼꼼하게 살펴나가며, 현명한 식생활은 한 가지 전략이나 획일적인 해법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주는 식단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의 몸은 불가사의할 만큼 복잡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으려는 단순한 규칙에 들어맞지 않고 깔끔한 원인과 결과의 논리도 거부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건강한 다이어트 요령이나 음식 조리법도 소개돼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마틴 코언 지음,안진이 옮김/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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