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옌롄커 “진정한 말을 하고 싶었다”

“우리는 아주 오래 침묵했다. 이미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말을 하고 싶지도 않은 것 같았다. 항상 배불리 먹고 늘어지게 잠만 자는 개와 다르지 않았다.”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금서 작가’ 옌롄커는 ‘진정한 말’‘하고 싶은 말’에 대한 갈증을 2013년 봄, 한 달간의 미국대학 순회 강연에서 둑 터지듯 토해냈다.

그는 “평소에 말하지 않았고, 말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감히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말함으로써 사람들의 영혼을 뒤흔들고 눈물을 흘리게 하며 미소를 짓게 하고, 좀더 깊은 침묵과 한숨 속으로 들어가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당시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등 미국의 일련의 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정리한 저서 ‘침묵과 한숨’(글항아리)은 중국의 역사와 현실,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그의 절절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중국의 화려한 성장 뒤의 어둠, 부패, 부조리, 무질서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각하는 작가는 “진정으로 깊고 끝이 없는 어둠은 모든 사람이 어둠을 보면서도 밝고 따스하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글쓰기의 소명과 위대함이 있다고 말한다.

“문학이 있어야만 어둠 속에서 가장 미약한 빛과 아름다움, 따스함과 진실한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국가의 기억상실과 문학의 기억’ 에서 6.4텐안먼 사태에 대한 국가적 망각에 대해 말문을 연다. 중국의 2030세대를 “기억의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며,“한 세대 사람들에 의해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애써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망각돼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뿐만 아니라 봉건 역사의 모든 것, 신해혁명, 1960년대 초 자연재해로 3천만명이 굶어죽은 일 등이 역사서에서 삭제된 점도 지적한다.

기억상실은 이 시대를 사는 개인의 디테일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그는 텐안먼 광장에 ‘민족의 기억상실비’를 건립, 중국의 상처와 고통, 기억을 새기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작가는 중국의 출판 검열, 중국에 위대한 문학이 나오지 않는 이유, 의미있는 작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들려준다.

무엇보다 문학의 의미를 기억의 연장으로 해석한 게 눈길을 끈다, 문학은 인간과 인류의 감정 및 사물의 기억의 연장이며, 인류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한순간도 중국 현실과 역사에 대한 관심과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작가의 집념을 읽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침묵과 한숨/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글항아리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