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일주일새 31.9% 매물 줄어
매물감소 상위단지는 강남3구에 몰려
의도치 않게 허위매물된 경우 우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일주일 사이 온라인 상에서 서울의 부동산 매물이 30% 이상 급감했다. 허위·과장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법이 시행되면서 ‘정리작업’이 이뤄진 결과다.
2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의 매매·전세·월세 등 부동산 매물은 지난 17일 10만5976건에서 이날 7만2217건으로 일주일 사이 31.9% 줄었다. 아실은 포털 네이버부동산에 온라인 매물을 기반으로 물량을 산출하며, 중복매물은 제외한다.
송파구에서는 이 기간 매물이 절반 이상 사라졌다. 8608건에서 3917건으로 54.5% 줄어든 것이다. 이어 양천구(-48.6%), 서초구(-43.5%), 강남구(-40.7%), 동작구(-40.6%), 강동구(-36.3%) 등의 순으로 매물 감소 비율이 높았다.
송파구에서 매물이 크게 줄어든 데는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영향이 크다. 이 단지와 관련된 매물은 1560건에서 140건으로 91.1% 급감했다. 가락동은 전국에서 매물이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76.6%)으로 꼽혔다. 같은 자치구 내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의 매물도 875건에서 170건(-80.6%)으로 줄었다.
이들 단지를 포함해 매물이 급감한 상위 10개 단지는 모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속했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푸르지오써밋’(-87.4%), ‘롯데캐슬클래식’(-75.2%),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86.4%), ‘래미안도곡카운티’(-81.1%), 대치동 ‘대치아이파크’(-79.2%),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77.1%), ‘대치삼성1차’(-76.7%),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76.0%) 등이다. 강북권에서는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73.4%)의 매물 감소세가 뚜렷했다.
정부가 6·17, 7·10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후 매물이 줄던 와중에 지난 21일 개정 공인중개사법 시행을 앞두고 매물 정리작업에 불이 붙었다는 게 현장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법은 허위매물을 등록한 중개사에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는 이미 계약이 체결됐거나 중개 의뢰를 받지 못한 매물, 가격·면적·평면도 등이 사실과 다르게 표시된 매물 등이 포함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허위매물이 된 경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집주인이 여러 중개업소나 인터넷 플랫폼 등에 매물을 내놓고 거래완료 사실을 중개업소에 알리지 않거나, 손님과 매물을 보러 간 자리에서 가격을 올리는 사례 등이다. 손님 입장에선 어쨌든 허위매물로 볼 수 있다.
공인중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법 시행을 앞두고 중개업소들이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일일이 매물을 다 확인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 작업이 매일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공인중개사의 의도와 상관없이 손님이 헛걸음 하게 된 사례도 나올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