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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수가 이재용 제치고 국내 주식부자 2위 등극? [팩트체크]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제치고 2위'
같은날 일부 기사들은 이재용 2위·김범수 4위…엇갈린 순위
헤럴드경제 팟캐스트 '성시경 쇼'에서 [팩트체크] 해봤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헤럴드경제=기획취재팀] 김범수(54)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부자 순위 2위에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쏟아졌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관련주인 카카오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라는 설명과 함께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같은 날 일부 보도들은 김 의장을 2위가 아닌 4위라고 보도했습니다. 김 의장을 4위로 보도한 기사는 그의 주식 평가액을 4조5000억원이라고 했고, 2위라고 보도한 기사는 8~9조원대로 썼습니다. 판이하게 엇갈린 기사들 중 어떤 기사가 맞는 걸까요? 김범수 의장이 정말 이재용 부회장보다 주식 부자인 걸까요?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이 만드는 팟캐스트(오디오 방송) '성시경 쇼'는 이렇게 엇갈린 국내 주식부자 순위 기사들을 팩트체크했습니다. 이번 4회 방송에서 다룬 내용을 기자수첩 형태의 텍스트 기사로 공개합니다.

4조원? 8조원? 김범수 의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결론부터 살펴보면 이같은 큰 차이는 이들이 보유한 상장회사 주식만 계산하느냐, 비상장회사 주식가치를 포함하느냐에서 갈렸습니다.

지난 14일 기준 김 의장 개인이 보유한 카카오 지분(14.51%)의 가치는 4조5314억원입니다. 작년 말 1조9209억원이었던 지분 가치가 8개월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겁니다. 그럼에도 이 '상장사 주식 가치'만 놓고 보면 김 의장은 이재용 부회장(7조7451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5조6193억원)에 못 미치는 4위가 됩니다.

그런데 김 의장이 소유한(100% 지분 보유) 비상장회사 케이큐브홀딩스의 가치를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케이큐브홀딩스라는 회사가 카카오 지분을 11.43%나 보유(1분기 공시 기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기준 이 지분의 가치는 3조6467억원에 달합니다.

즉, 김 의장 개인이 가진 카카오 지분(14.51%)에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카카오 지분(11.43%)를 합산하면 총 25.94%(8조1781억원)에 달합니다. 김 의장이 비상장회사를 통해 간접 보유한 주식까지 포함하면, 김 의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부자 순위 2위가 맞습니다.

정확한 기준 설명 않고…기초적 숫자도 틀린 기사들

이날 보도된 기사들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보겠습니다. 김 의장을 2위라고 쓴 기사 상당수가 비상장회사(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간접 보유한 카카오 지분 가치를 포함했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상장사 주식 가치'라고만 설명한 기사들이 태반입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비상장사회사지만 김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만큼 이 회사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 역시 김 의장 개인이 보유한 것으로 해석해 합산했다"고 하면 될텐데, 그런 설명을 찾기 어렵습니다.

비대면(언택트) 수혜주인 카카오의 주가가 많이 올랐고, 덕분에 오너인 김범수 의장의 지분 가치도 급격히 상승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상장사' 주식이라는 다른 기준을 포함해놓고 별다른 설명없이 "이재용을 제치고 2위가 됐다"고 설명하는 건 왜곡된 정보입니다.

카카오의 가치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씌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기사를 본 개인 투자자 중에서는 "카카오가 뜨는 건 알았지만 김범수가 삼성 이재용을 넘을 정도였구나"라고 해석하며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8조원? 9조원? 수치도 틀린 언론 보도들

이렇게 설명이 부족했던 일부 기사들은 김범수 의장의 주식가치 평가액 수치마저 틀렸습니다.

중앙일보는 김 의장의 카카오 지분 가치가 9조835억원(14일 기준)에 달한다고 썼습니다.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정보서비스 인포맥스를 인용한 수치인데, 이 9조원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온 수치인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을 김 의장 개인의 지분에 합산해도 8조1781억원 가량이지, 9조원을 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포맥스 측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9조835억원이라는 수치를 쓴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어디에서 9조라는 숫자가 나온 걸까요?

'9조원' 수치의 발단은 연합뉴스 기사로 추정됩니다. 이 매체는 김범수 의장이 주식 평가액 9조원대로 주식부자 순위 2위에 올라섰다는 기사를 냈다가 곧 삭제하고, 다시 비상장사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분 가치를 제외해 김 의장이 4위로 정정된 기사를 [고침] 기사로 재배포합니다.

오보의 원인을 제공한 기사는 어쨌든 수정됐지만, 이미 이를 받아 쓴 다른 기사들은 부정확한 정보를 담은 채 그대로 보도된 겁니다.

비상장회사 주식가치 포함해도 2위는 김범수 아닌 서정진?

비상장사 주식 가치를 포함했다고 설명만 하면, 김 의장이 정말 국내 주식부자 2위에 오른 걸까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셀트리온홀딩스라는 비상장사 지분을 95.51%(1분기 공시 기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김 의장의 케이큐브홀딩스가 상장사 카카오 지분을 갖고 있듯, 서 회장의 셀트리온홀딩스도 상장사 셀트리온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유 지분은 20.06%로 지난 14일 종가 기준 8조2457억원 가치입니다.

서 회장 개인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평가액(5조6193억원)에 이 수치를 더하면 13조8650억원이 됩니다. 비상장사 주식가치까지 합산하면 진짜 2위는 김범수 의장이 아닌 서정진 회장이 되는 겁니다.

물론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고, 셀트리온홀딩스는 서 회장이 95% 지분을 보유한 회사지만, 사실상 두 오너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에선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는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객관적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며 "개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든 95% 지분을 보유한 회사든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각각 계산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재미로 보는 주식부자 순위라지만, '기준'에 정확한 설명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주식부자 순위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반문할 독자들도 계실텐데요. 이들이 가진 지분은 각 기업의 경영권이나 다름 없어서, 시장에 내다 팔아 현금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게 사실입니다.

2020년 주식부자 순위와 2000년 주식부자 순위 표도 각각 준비해봤습니다. 지난 20년 사이 주식부자 지각변동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한 번 살펴보시면 재미있습니다. 과거엔 제조업 기반의 전통 재벌 오너들이 즐비했지만 이제는 벤처기업 오너들이 약진하는 시대로 바뀌었으니까요.

[상장회사 주식 가치 기준] [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khw@heraldcorp.com]
[상장회사 주식 가치 기준] [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khw@heraldcorp.com]

[기획취재팀=배두헌 김지헌 김성우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팟캐스트 '성시경 쇼' [일러스트·그래픽=이주섭 디자이너/jusoeba@heraldcorp.com]

※'성시경 쇼'는? =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3명의 젊은 기자들이 모여 만드는 시사경제 팟캐스트. '성공에는 별 도움 안되는 시사경제 토크쇼'의 준말이다. 주요 경제 뉴스를 딱딱하지 않게 소개하고 재미있게 분석하는 게 목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과 오리지널 ES 계약을 맺고 방송을 송출한다. 팟빵에서 '성시경 쇼'를 검색하면 각 에피소드를 찾아 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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