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대비 1~2억원 높은 전세가 거래
-입주 수년만에 집값도 두배로
-‘로또 청약’ 열기 사그라들지 않을 듯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지난 2017년 입주한 서울 금천구의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의 분양가는 5억원이었다. 지난달 26일 이 아파트는 이보다 2.3배가 높은 11억5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규모의 전세도 20일에는 보증금 6억5000만원, 30일에는 6억4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분양가보다 전셋값이 1억5000만원이나 높다.
금천구에서 수년 전 5억원이면 새 아파트 분양이 가능했었는데, 이제는 같은 돈으로 전세를 살기도 벅차다. 무주택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내놓았지만, 청약시장의 과열 양상이 줄지 않는 이유다.
10개 아파트, 입주 후 전셋값이 분양가보다 0.8억원 높아
세자릿 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수만명이 청약통장을 꺼내드는 이유는,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이유도 있지만 최근 가파른 전셋값 오름세의 영향도 크다.
실제 20일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9억원 이하의 서울 10개 단지의 분양가와 전세가격을 비교한 결과, 현재 전세가격이 분양가보다 평균 7800만원이 높았다. 모두 실거래 신고된 국토교통부 공개시스템을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다.
특히 9500세대의 대단지로 수요를 흡수해 주변 집값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됐던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전세가격이 분양가 대비 가장 크게 올랐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의 현재 전세가격은 11억원으로, 분양가 8억8000만원대 대비 2억2000만원이 올랐다. 2018년 말 입주를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 잔금을 치른 지 2년도 안돼, 전셋값이 분양가보다 크게 상승한 것이다. 최근 매매가격은 분양가의 두배 수준인 17억9500만원에 달한다.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높은 전셋값이 형성된 곳은 또 있다.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도 84㎡의 전세가격이 9억3000만원으로 분양가(7억8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이 높다.
전셋값 상승은 집값 상승보다 매매 시장으로 수요를 끌어들이는 유인이 더 강하다. 매수 결정은 등락 상황을 보며 결정을 미룰 수 있지만, 전셋값은 기다릴 수 없는 실거주 비용이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9주 연속 상승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셋값 상승을 바라보는 무주택자가 매수 시장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평균 분양가 6.5억원 이었는데, 현재는 14.3억원으로
매맷값 상승은 그야말로 ‘로또 청약’을 방불케한다. 서울 새 아파트 10개 단지 가운데 분양가 대비 매매가가 두 배 이상 상승하지 않은 아파트는 1개 단지에 불과했다.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 84㎡는 최근 18억9000만원에 팔리면서, 분양가(7억8000만원) 대비 2.4배로 집값이 올랐다. 올해 입주한 영등포구 보라매 SK뷰 84㎡도 6억5000만원에 분양받았는데 최근 매매가는 14억원에 달한다. 전셋값도 7억원으로 분양가보다 5000만원이나 높다.
입주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분양가 대비 배 이상 오른 곳은 또 있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84㎡는 최근 17억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분양가는 7억5000만원이었다.
분양가 9억원 아래 단지들을 대상으로 매매가와 전세가를 살펴봤지만 10개 단지 가운데, 현재 매매가격이 10억원 아래인 곳은 양천구 목동롯데캐슬마에스트로 59㎡(최근 실거래가 9억4900만원)이 유일했다. 이 단지도 분양가가 5억원 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90% 가량 상승률이 나타난 셈이다.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에 당첨만 되면 배 이상 이익을 얻는 청약 구조 때문에 앞으로도 청약과열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고분양가 심사에 따른 주변 시세대비 저렴한 분양가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의 신규 공급 물량 축소 우려 등이 겹치면서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있다”며 “3기 신도시 등 사전 청약 물량이 주택 수요를 흡수한다고 하더라도 서울과 수도권 청약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