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차례 개발계획 무산…“첫삽 뜨기 전엔 못믿어”
공공분양 예정 강북 유휴지 가보니
지분적립형 물망 성대야구장·광운역세권
주민들 주상복합·새 브랜드 아파트 기대
“사실상 20~30년 장기 임대주택” 시큰둥


최근 지분적립형 주택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은 부지로 꼽히는 도봉구 성대야구장을 찾았다. 이 지역은 현재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라 용도변경 없이는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하다. 이민경 기자

정부는 주택이 부족한 서울에 36만4000가구나 되는 신규 주택을 순차적으로 공급(입주자모집 기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시큰둥하다. 도심 공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재건축, 재개발 단지에 용적률을 높이는 등 유인책을 제시했지만, 공공임대주택 비율 상향 등 조합원 수익 환수 장치도 포함돼 매력이 반감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여전하다. 재건축 재개발 조합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특별한 동기를 찾기 힘들다는 게 대부분 조합원들의 생각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8·4공급대책’에서 도심 주요 주택공급지로 지정된, ‘태릉CC’가 포함된 동북권 도봉성대야구장·광운역세권(4130가구)이다. 1980년대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대학 선수촌으로 이용되다가, 현재는 사회인 야구장 등으로 사용되는 사실상 ‘빈 땅’으로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급 여건이 유리한 것으로 꼽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상가나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좋겠지만, 첫 삽을 뜨기 전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대야구장을 마주한 ‘래미안도봉’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일단 야구장 땅이 그렇게 넓지 않아서 아파트가 지어진다고 해도 몇 가구 못 들어 올 것”이라며 “그 정도 규모로는 도봉동 전체 집값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 지역 A공인 대표도 “몇 년 전에도 여기에 ‘병원이 들어온다’, ‘문화시설이 들어온다’ 말만 많았지 죄다 그 때뿐이었다”며 “삽 뜨기 전까지는 속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민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택지 소유주와의 이해관계를 풀어야 한다. 국토부는 13일 이 부지를 주택공급택지 중 하나로 발표했지만, 도봉구청에 따르면 이 부지는 현재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현 상태로는 아파트를 짓지 못한다는 뜻이다.

서울 도심 공공 분양 대상지 대부분 이런 사정이다 보니 실무를 맡은 SH공사측은 서울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언제 공급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여전히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SH공사 관계자는 ‘가장 첫번째 공공분양이 어디가 될 것이냐’고 묻자, “1호 공공분양에 대해 언급을 할 상황은 아니고, 2028년까지 1만7000호 공급으로 한정한 것은 택지 문제에 대해 풀어야할 게 많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르려면 사실상 자치구와의 협의도 필요없는 시가 보유한 유휴지로 한정되는데, 이마저도 용도변경 등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공급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해선 위치를 비롯한 디테일이 아직 없는 상태”라면서 “결국 기존 대책에서 발표된 부지 중에서 사업지가 결정될텐데, 이 중엔 사유지도 다수 있으므로 정부가 약속한 시점대로 주택 공급이 재깍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 도심 공급 대책이 최근 주택시장에 확산되는 ‘로또분양’과 ‘패닉바잉’을 막을 대안이 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12일 공공분양의 새 주택브랜드를 발표하며, “오늘은 브랜드만 발표하고 방법론적 부분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실무자들도 세부 계획을 물어보는 기자들에 “공공분양이 될 지역과 시기 등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하는데 그쳤다.

특히 정부가 3040세대를 목표로 계획은 새로운 주택 유형은 지분적립형 분양 아파트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SH공사는 ‘연리지홈’이라는 ‘브랜드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분양 로드맵 등 세부 계획은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제품 출시일도 정해지지 않고 제품도 명확히 모르는데 제품명만 발표한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도 심드렁하다. 시장에선 자기 지역에 ‘공공분양’보다 ‘랜드마크’를 기다리는 분위기 여서다. 성대야구장 인근 B공인 대표는 “지분적립형이 사실상 20~30년 장기 임대주택 아니냐”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 교수는 “어차피 지분형으로 갈 거면 대출을 받아서 완벽하게 소유권을 갖고 원금을 갚아가는 구도가 깔금하다”면서 “전매 기간도 너무 길어서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성연진·이민경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