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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재미 시인 에밀리의 폭력의 고발시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을 펴낸 재미 한인 작가 에밀리 정민 윤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행사에서 온라인 화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아는 역사라 할지라도 우리는 꾸준한 감정적, 담론적 참여를 통해 지금까지도 부정되고 삭제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기억해야 한다”(‘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에서)

2018년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원제:A Cruely Special to Our Species’, 열림원)으로 미국 문단에 데뷔한 시인 에밀리 정민 윤(29)은 ‘위안부’ 피해라는 어두운 역사를 어제의 일로 치부하지 않는다. 어린시절 캐나다로 이민, 대학에서 논문을 작성하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접한 그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깊게 공감, 동양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과 현대 여성들의 차별과 아픔으로 확장되는 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의 시어는 에두르지 않고 폭력의 실체를 직접 겨냥한다.

‘속거나 납치당해서, 일본군에게 끌려갔다/콘돔에 적혀 있는 건 돌격1번/행궈서 재사용. 수요일마다.’’’(‘위안’중)

‘그녀는 여자처럼 보이지 않게 걸어. 미군이 그녀를 보고는 거기 멈춰!하고 일본어로 외쳐. 그들 둘 다 배운 언어로. 그녀가 넘어져. 그가 웃어.빼앗긴 나라에서 몸이란 무엇일까. 혹은 누구의 것일까.’(‘일상의 불운’ 중)

고발, 증언, 고백, 사후라는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 35편의 시는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건에서 시작해 현재 일상에 존재하는 여성, 동양인,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무수한 폭력의 단면들을 교차시켜 나감으로써 무뎌진 감각을 일깨운다.

연작시 ‘증언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 필사본과 다큐멘터리 자료를 바탕으로 쓴 시. “문장들을 쪼개어 페이지 위에 흩어지는 무늬를 그리고 싶었다”는 시인은 단어와 문장 사이에 빈 공간을 불규칙적으로 배열, 시공간의 기억을 응집시키는 효과를 냈다.

그의 시는 한국에선 일제강점기 하의 여성의 현실, 6.25 전쟁과 남북 분단 체제의 실상 등 누구나 다 안다고 여기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데, 저자는 이를 ‘지속시킴’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이 시집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지난’ 혹은 ‘해결된’ 문제가 아닌 그들이 ,우리가 계속 항쟁하고 살아가는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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