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이전 소급적용 배제, 4년 단기임대 세법 모순도 해소

전문가들 “비정상의 정상화”, “임대사업자 퇴로 열어줬다”

시장 영향은 제한적, “집값 고점 인식 강할 경우 추가 절세 매물 더 나올 수 있다”

임대사업자 퇴로 열어줬다…‘공급부족’ 서울 숨통 트일까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한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일한·양대근 기자] 정부가 7일 ‘임대주택 세제지원 보완조치’를 전격 발표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임대사업자에 사실상 퇴로를 열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서울 주택시장에서 일정 부분 숨통을 트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획재정부는 7일 7·10부동산대책 이전에 등록한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자진등록말소 또는 등록말소시점까지 소득세·법인세 감면 및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등 당초 예정됐던 세제혜택을 유지해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7·10 대책 발표 이후 임대사업자들의 강한 반발이 지속되면서 소급적용을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당근’도 추가됐다. 기존 의무임대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등록을 자진 말소하는 경우에도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별도로 추징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의무임대기간 중 절반 이상이 경과했다면 자진등록 말소 시 양도소득세 중과와 법인세 추가과세도 배제한다. 다만 임대주택 등록말소 후 1년 이내 양도하는 경우에 한해 이번 배제 조치가 적용된다. 매물을 팔 수 있는 유예 기간을 추가로 준 것이다.

이번 조치로 임대사업자들의 혼란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됐었다”면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조치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장(세무사) 역시 “기존 임대주택 등록했던 사람들이 7·10 대책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이번 조치의 핵심”이라면서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장에 매물을 내놓으라는 메시지가 명확히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원 부장은 “4년 단기임대의 경우 정부 기준대로 단기임대가 자동 말소되면 세법상 세제 혜택 조건인 5년보다 짧아서 혜택을 못받는 모순이 있었다”면서 “이를 구제해 주겠다는 조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대사업자들의 퇴로가 열리면서 주택시장에 얼마나 매물이 풀릴 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국토교통부의 임대사업 등록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 기준 전국의 누적 임대사업자는 51만1000명으로, 이들이 등록한 임대주택만 총 157만여 가구에 달한다.

157만 가구 가운데 서울과 인천·경기 지역에 각각 50만4000가구, 54만4000가구가 몰려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강남구 아파트는 약 8000가구가 등록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재국 교수는 “법인이 임대등록을 자진 말소해도 1년 내 양도하면 양도세 중과세를 배제해 주기로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재산세 등을 감내하려는 임대사업자·다주택자도 여전히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서 현재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강할 경우에는 임대사업자들의 절세 매물이 좀 더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강남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집값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임대사업자들이 ‘똘똘한 한채’는 가지고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강남이 아닌 다른 곳을 먼저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임대사업자가 아닌 규제지역의 다주택자의 움직임도 변수로 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경우 공동명의·증여·매각 등 내년 상반기 과세 강화이전까지 다양한 출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전월세 시장은 저금리·임대차3법·입주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임대시장 전망과 관련 함 랩장은 “신규 임대사업자들의 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영세 매입임대사업자보다는 대규모 건설임대사업자 위주로 임대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임대사업자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야 하고, 임대기간·임대료부과 등 세입자에게 준수해야 할 것들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사업을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