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시행에 전세물건 품귀…서울 전역 전셋값 치솟아
재계약 놓고 집주인-세입자 간 갈등 양상도 확산
[헤럴드경제=민상식·이민경 기자] #. 맞벌이 직장인 A 씨 부부는 지난해 초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5㎡ 전세를 6억원대에 계약했다. 입주 초기 물량이 넘치면서 전세가는 5억원 중반까지 뚝 떨어졌다. 내년 초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A 씨는 최근 ‘실거주하겠다’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같은 단지 전세 시세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전셋값이 수억원 뛰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이 단지 같은 면적 전세 시세는 4억원 정도 올랐고 매물도 거의 없어 다른 지역의 6억원대 전세 매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전세 계약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고 계약갱신 시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자,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때 보증금을 적극적으로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전셋값이 뛰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 단지 중에는 재계약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입주 2년을 앞둔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쏟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다. 기존 전세입자들이 대부분 계약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의 9510가구 대단지 헬리오시티 전세 매물은 현재 10여개에 불과하다. 새로 집을 사서 이사하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계약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여러 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입주자 중 30~40%는 세입자다. 이 아파트는 첫 입주시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수억원씩 오른 상태다. 인근 B공인 대표는 “2년 전 전용 85㎡ 6억원대에 전세 들어온 세입자들은 당연히 안 나갈려고 한다”면서 “지금 전세 시세가 10억원으로 뛰는 등 2년 전 시세와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강북 신축 단지의 전셋값도 최근 수억원 치솟고 매물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7일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5㎡의 경우 지난달 21일 보증금 8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돼 지난달 7일 8억원에 거래된 지 2주일 만에 9000만원이 상승했다.
인근 C공인 사장은 “전용 85㎡ 전세 시세는 10억원으로 치솟았다”면서 “전세 물건이 없다보니 세입자들이 오른 전셋값에 계약을 하면서 또 다시 전세 시세가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7%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 보면 작년 12월 30일(0.19%) 조사 이후 최대 주간 상승률이다. 월간 기준으로 봐도 지난달 0.45% 올라 올 1월(0.72%)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은 “임대차 3법 추진과 매매시장 불안 등에 따른 영향으로 서울은 주거, 교육, 교통환경이 양호한 지역과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7·10대책에 따라 보유세가 높아진 집주인들이 세금 인상분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는 것도 전세 부족 현상이 생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6·17 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는 조건으로 2년간 실거주를 의무화하자, 전세로 줬던 집에 직접 들어오겠다거나, 전입신고만 하고 집을 비워두겠다는 집주인이 나오면서 전세 물량이 더 줄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수도권 아파트 대단지 마다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며 “임대시장은 철저히 실수요가 움직이기 때문에 조금만 공급이 부족해도 바로 뛸 수 있어 한동안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