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거리에 나선 집단적 몸의 의미

코로나 19로 거리집회가 뜸해졌지만 이전만 해도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집회가 매년 4만 건 넘게 열렸다. 다양한 층의 목소리가 거리에서 울려퍼진 것이다. 촛불집회의 정치적 힘을 경험한 우리에게 공공집회의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철학자이자 젠더 및 퀴어 이론가로 잘 알려진 쥬디스 버틀러는 저서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창비)에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같은 동시대 집회를 비롯,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성소수자 및 이슬람교도에 대한 혐오 등 다양한 공공집회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독보적인 ‘수행성’ 개념을 통해 면밀히 따져 나간다.

버틀러는 수행(performance)과 수행성(performativty)을 구분하는데, 전자는 주체를 가정하지만, 후자는 바로 그 주체라는 개념에 문제를 제기하는 성격을 갖는다. 사회권력 구조에서 소외된 이들이 삶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을 바꾸고자 신체를 동원하는 이 연대의 행위는 정치적 저항으로 해석된다. 버틀러는 이를 ‘신체의 출현할 권리’로 표현한다.몸을 정치의 장 한가운데로 자리매김시켜 좀더 살 만한 수준의 경제적·사회적 조건들을 신체적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그런 저항을 2010년대 ‘점령하라 운동들’‘이집트 타흐리르 광장 시위’‘터키 게지 공원 집회’ 등을 비롯, 다양한 시위를 통해 읽어나간다.

여기에서 버틀러는 너와 나의 관계성과 상호의존성을 강조한다. 선택할 수 없는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숙명이라면, 우리의 생명은 이미 타자들의 생명과 직결돼 있으므로 타자들의 생명과 다양성, 복수성을 보존하는 것은 윤리적 책무라는 것이다. 집단시위는 바로 이런 방향에서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버틀러는 더블어 이런 집회 혹은 연대는 언제나 비폭력의 원칙을 따라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버틀러에 따르면, 비폭력이란 “대립이 일어나는 어떤 공간에서 자기 스스로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견디고 절제하며 처신하는 방식”이다.

페미니스트인 버틀러는 또한 여성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인정폭력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트랜스젠더를 여성이 아니라고 배제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여성을 차별, 인종주의, 그리고 배제의 기제로 오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페미니즘은 ‘제대로 된 여자’라는 관념에 반대하기 위해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책은 버틀러가 2010년 브린 모어 대학에서 진행한 시리즈 강연문 세 개를 포함, 여러 장소에서 낭독한 글들을 수정·보완해 묶은 것으로, 정치, 민주주의, 행위성에 대해 새로운 사유로 이끈다.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주디스 버틀러 지음, 김응산 양효실 옮김/창비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