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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바람 타는 로펌…바른 지고 지평·엘케이비 뜨고
지평, 법무실장·상사법무과장 등 공직자 등용문으로 떠올라
엘케이비, 조국·이재명·김경수 변호로 ‘전관 로펌’ 입지 굳혀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법무법인 바른 ‘대통령 로펌’으로 유명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문재인 정부 들어 친여권 인사들 사건을 도맡으며 인지도가 급상승한 대표적인 로펌이다. 법원행정처 출신 엘리트 판사들을 연이어 영입하며 ‘전관 로펌’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변호를 맡았던 김종근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가 대법원 선고공판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

로펌도 기업이다. 80~90년대 로펌을 설립했던 창립자들이 하나 둘 은퇴하고, 경영자가 바뀌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곳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 기업 이상으로 로펌도 정치지형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실제 사건 수임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는 로펌이 있는가 하면, 법률가들이 일하는 곳이라는 특성상 고위공직자들을 배출하는 인재풀 역할을 맡는 곳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직자 등용문으로 떠오른 곳으로는 법무법인 지평이 꼽힌다. 법무부는 지난달 공석이었던 법무실장에 강성국(54·사법연수원 20기) 지평 변호사를 임명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강 변호사는 2018년 지평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법과 공정거래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

최근 계약기간 만료로 법무부를 나온 명한석(55·27기) 변호사도 지평 출신이다. 명 변호사는 아직 지평으로 복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 법무법인 지평에서 일했고, 부장검사 출신의 김영문(55·24기) 관세청장도 지평 출신이다.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형(62·11기) 변호사는 대법관 퇴임 이후 지평에서 활동해 왔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법관에 임명한 인사다. 원광대 출신 1호 대법관으로, 법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노동법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을 지낸 지평의 사봉관(51·23기) 변호사는 조국(55) 전 법무부장관과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며 친분이 오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헌법재판관 후보에 올랐다가 낙마한 이유정(51·23기) 변호사가 배우자다.

이광범 변호사가 설립한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문재인 정부 들어 친여권 인사들 사건을 도맡으며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법원행정처 출신 엘리트 판사들을 연이어 영입하며 ‘전관 로펌’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사건은 엘케이비 김종근(57·18기) 변호사가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설립자인 이광범(61·13기) 변호사는 이상훈(64·10기) 전 대법관의 동생으로, 2011년 엘케이비를 설립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이용훈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엘리트 판사 출신이다. 이 변호사는 2012년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특별검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다.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의 이용구(56·23기) 변호사는 2013년 엘케이비에서 일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실장에 발탁됐다. 엘케이비는 직 박탈 위기에 몰렸다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며 기사회생한 이재명(56) 경기도지사 사건도 변호를 맡아 주가를 올렸다.

대표적인 친여권 인사인 김경수(53) 경남도지사도 1심에서 법정구속된 이후 항소심 단계에서 엘케이비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용구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발탁설도 거론되고 있다. 이용구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소추위원 측 대리인으로 나서 파면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책임을 물었던 이가 이용구 변호사다.

반면 1998년 변호사 5명으로 시작했던 바른은 MB정부 들어 사세를 확장하며 국내 주요 로펌으로 떠올랐지만, 최근에는 매출액 기준 6대 로펌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인규(62·14기) 변호사는 2009년 대검 중수부장으로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이 사건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사표를 내고 법무법인 바른의 황금기를 함께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로펌에서 나와 장기간 미국 생활을 하는 처지가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엘케이비가 친 여권 수사를 도맡고 있다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바른이 ‘대통령 로펌’으로 꼽혔다.

바른에 재직했던 정동기(67·18기) 변호사는 불과 7개월 동안 7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감사원장 후보 인사검증 과정에서 알려지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바른은 엘케이비 이광범 변호사가 내곡동 특검으로 수사하던 당시 이명박 대통령 처남 김재정 씨 변호를 맡았던 곳이기도 하다. 정 변호사는 검찰이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자의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낼 때 대검 차장으로 재직했다. 바른 대표변호사였던 강훈(66·14기) 변호사도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법무비서관 출신이다. 지금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상태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다.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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