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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선의 J커브]스톤브릿지가 녹십자 북미 진출에서 본 가능성
캐나다 공장 설립에 투자한 스톤브릿지, IRR 15%
"막대한 비용 투입되지만, J커브 가시권에 뒀던 투자"
코로나19에 발목 잡혔지만 자본시장이 인정한 도전
녹십자홀딩스가 스페인 그리폴스에 매각한 북미 혈액제제 생산법인 GCBT 전경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마무리 짓지는 못했지만, 성공한 투자."

녹십자가 북미 혈액제제(혈액 성분을 가공한 의약품)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던 캐나다 공장 설립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코로나19 등 여파로 상업용 생산 성공까진 못했지만 , 녹십자가 쌓아올린 토대 위에 다음 단계를 밟으려는 글로벌 기업에 공장을 매각, 두 배 이상 차익을 남겼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녹십자홀딩스가 캐나다 혈액제제 생산법인 GCBT(Green Cross Bio Therapeutics)와 그 자회사인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GCAM) 지분 100%를 다국적 제약회사 그리폴스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던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연간 내부수익률(IRR) 약 15%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브릿지가 녹십자와 손잡고 캐나다 공장 설립에 투자한 건 지난 2015년이다. 약 610억원을 투자함으로써 GCBT의 지분 약 36%를 취득했다. 당시 부채를 제외한 전체 지분 가치는 1700억원 수준이었는데, 약 5년이 지난 매각 시점에는 2배 이상 높은 360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 펀드가 회수한 금액 또한 1200억원 이상으로 원금의 2배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녹십자가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을 짓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 스톤브릿지는 이미 국내 혈액제제 시장에서 탄탄한 수익 기반을 갖춘 녹십자의 역량을 주목했다. 녹십자는 지난 1971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는 여섯 번째로 혈액공장을 완공한 기업이다.

이런 녹십자가 캐나다를 거점으로 진출하려던 북미 지역은 글로벌 혈액제제 시장(지난 2016년 기준 23조원)의 47%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수요가 높기 때문에 수익성도 국내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특히 캐나다는 혈액제제의 종류 중 하나인 면역글로불린(IVIG)의 인당 사용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인데, 이 시장에 가장 먼저 침투한 것이 녹십자였다. 실제 상업용 생산에 들어갔다면, 녹십자의 캐나다 공장은 캐나다 내 유일한 IVIG 생산업체로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예정이었다. 실제 공장 설립 이전부터 퀘백 주의 혈액사업 기관에 최소 8년간 혈액제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스톤브릿지 관계자는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할 때 중요하게 봤던 것은 아직 이익이 아직 나지 않더라도 매출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을지 여부였다"며 "초반 개발에 막대한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겠지만, 결국 J커브를 그려낼 가능성이 가시화된 회사들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녹십자의 캐나다 공장 설립이야말로 그런 건이었다.

녹십자의 역량을 신뢰했던 스톤브릿지는 초기 설비투자 자금 외에, 미국 임상 마무리와 시장 마케팅을 위한 후속 투자에도 참여했다. 지난 2018년, 대신프라이빗에쿼티와 SKS프라이빗에쿼티 등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542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그 중 2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이후에도 스톤브릿지는 혈액원 확장 등 사업 방향은 물론 마케팅 전략, 추가 자금조달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하며 성공을 지원했다.

아쉽게도 녹십자 캐나다 공장은 상업용 생산을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예상보다 혈액제제 임상과 제조관리기준(GMP) 인증 등 절차가 지연된 탓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직원들의 정상 출근이 불가능해지자, 언제 상업용 생산이 가능해질지 불확실성이 커졌다. 본사에서 지원하던 인력, 기술 지원도 하늘 길이 끊기면서 함께 막힌 상황이었다.

결국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녹십자는 공장 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간 녹십자의 노력은 고스란히 인정 받았다. 혈액제제 시장의 1, 2위 사업자인 그리폴스와 CSL이 모두 입찰에 참여해 경쟁했을 만큼 캐나다 공장의 사업적 가치는 높았다. 최종적으로 공장을 인수한 그리폴스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조금 더 감수하면서 GMP 인증만 받아내면 이미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들을 앞세워 단기간 내 매출을 일으킬 수 있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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