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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수사 목적 출국금지 제도 남용 가능성 매우 크다”
진정인 “출국금지 사실 조차 알리지 않은것은 인권침해”
인권위 “일률적 출국금지 관행 용인 어려워…개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에 ‘출국금지 및 통지제외’가 남용되지 않도록 현재 관행과 제도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

29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서 출석 조사를 받은 A씨는 올해 1월 24일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에서 출국 수속 중 자신이 출국금지 대상자란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검찰에 출국금지 조치 이유와 기간 등을 문의했지만 ‘수사 관계 상 아무 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이후 출국금지가 해제된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며 “성실히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경찰 공무원 신분으로 도주의 우려가 없었음에도, 특정 지검 소속 피진정인들이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출국이 금지된 사실조차 알리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당 지검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큰 의혹 해소를 위한 신속한 증거 확보의 필요성, 해외 도피 등 관련자들의 수사 회피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진정인을 포함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며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상 제반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국금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해당 지검의 출국금지·통지제외 요청과 이에 대한 법무부의 결정이 출입국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출국금지 요건인 ‘충분한 소명이나 제대로 된 심사’ 없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이는 적법 절차에 반하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기관의 출국금지 요청에 대한 심사 방법·절차 개선 ▷수사기관에서 통지 제외를 요청하는 경우 엄격 심사를 권고했다. 이어 검찰총장에게는 ▷소환의 용이함 등 수사 편의에 따라 출국금지가 남용되지 않도록 소속 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 철저를 해당 지검장에게는 ▷검사 등 관련자들을 경고 조치하고 유사 사례가 방지를 위한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진정인의 직업, 가족관계, 출입국 기록과 출국 금지 요청서 등 피진정인이 속한 지검 제출 자료 등을 볼 때, 진정인이 해외로 도피할 위험이 상당하였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나 근거를 찾아볼 수 없고, 지난해 12월 진정인이 검찰에 출석해 장시간 조사를 받는 등 수사를 회피하거나 불응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석 조사 이후 이렇다 할 추가 조사가 없었음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으로 현재 수사 중이란 이유만으로 해외도피 등에 대한 구체적 고려 없이 지난해 12월 27일, 올해 1월 2~2월 1일 출국금지 연장을 요청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인권위는 “특히 출입국 관련 법령에서는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경우 출국 금지 요청서 외에 출국금지 대상자에 해당하는 사실과 출국금지가 필요한 사유에 대한 소명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해당 지검에선 출국금지 요청서만 제출하고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소명 자료를 첨부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법무부도 별다른 확인이나 소명 자료 요구 없이 출국금지 요청서만으로 출국금지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중대한 사건이라 하여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해외 도피 가능성 등을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수사 관행은 용인될 수 없다”며 “만일 이와 같은 관행을 인정하게 된다면 범죄수사 목적의 출국금지는 지금보다 더욱 남용될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며 출국금지의 기본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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