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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차3법 앞서 전세값 3~4억원 뛴 대치동…학군에 옴짝달싹 세입자 ‘영끌중’[르포]
대장주 래미안대치팰리스 95㎡ 19억원 달해
가장 싼 은마 8억원 진입 앞두고, 퇴거 움직임도
‘공급 가뭄’… 전세수급지수 4년3개월 만에 최고
서울 대치동 은마 아파트 단지 내 전경. [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애들 공부 때문에 대치동 온거니까 학업 끝날 때까지는 버텨야 하는데, 제일 싸다고 했던 은마(아파트)도 전세가 곧 8억 될 겁니다. 세입자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서 재계약하며 집주인하고 얼굴 붉히는 일도 최근 많이 늘어났습니다”(대치동 A공인)

28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차3법 통과가 가시화되면서 서울 전반적으로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다. 전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4.6으로 2016년 4월(174.7)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전세 물량이 반전세와 월세로 전환되는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서울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내 전경. [이민경 기자]

이날 강남구 대치동 일대를 찾았다. 자녀 교육으로 학군 실수요가 많은 이 곳은 전셋값이 초고가 아파트 매매가에 달할 만큼 치솟은 상태다. 이 곳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 전셋값은 95㎡가 18억5000만~19억원이고, 85㎡가 16억5000만~17억원이다. 매매가도 아닌 전세가가 15억원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인근의 대치미도, 개포우성, 선경아파트 등도 기본 2억여원씩 상승했다.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입법을 앞두고 집주인은 앞으로 시세에 맞춰 가격을 올리지 못할 걸로 보고 최대한 값을 높게 부르는 중이다. 법 시행 이후에는 최소 4년(2+2안)간 보증금 인상률이 2년간 5%로 제한되기 때문에 사전에 보증금을 높여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반면, 실수요자인 세입자는 한번에 수억원이 오른 가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B공인 대표는 “래미안대치팰리스 95㎡를 2년전에 13억6000만원에 임차한 고객이 있는데 11월 만기”라며 “집주인은 현재 호가인 19억보다 조금 양보해서 17억5000만원에 재계약하자고 하는데 세입자 입장에선 4억을 감당못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이 부근 공인중개사들은 요즘 중재업무를 꺼린다고도 귀띔했다.

하지만 자녀의 학교 문제 때문에 아무리 집값이 올라도 갖은 방법으로 돈을 마련하거나, 그게 안 되면 조금 더 작은 면적의 집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C공인 대표는 “실제로 대치동 선경아파트128㎡를 당시 시세보다도 싼 9억원에 전세로 살던 임차인이 있었는데, 여기가 지금 13억원에 이른다”며 “집주인이 조금 양보해서 1억5000만원 올려 10억5000만원에 내놨는데 처음엔 부담스러워 하더니 이 조건이 그나마 좋다는 걸 알고 재계약했다”고 전했다.

반전세와 월세로 돌려 세입자에게 늘어난 보유세를 전가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치동 D공인 대표는 “지금 올(All)전세 물건이 없다”며 “집주인들이 재계약하면서 반전세로 많이 바꾸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알려줬다. 실제 개포우성2차아파트 15동의 137㎡는 지하철 3호선 도곡역과 가까워 인기 단지인데 기존 전세가 반전세인 보증금 7억원에 월300만원 매물로 바뀌어 나와있다. 그는 “지금은 법 통과 전 과도기라 가장 임차인에게 불리한 시기”라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이민경 기자]

정부 규제정책으로 재건축 입주권 2년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자, 은마아파트는 재계약시 집주인들이 계약 연장을 안 해주는 분위기다. 은마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소는 “은마는 우성·선경·미도와 달리 곧 재건축 될 거라는 심리가 크다”며 “지금 거주자의 70%가 세입자인데 집주인들이 이번 대책 발표 이후로 거의 다 들어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또 “결국 가장 싼 은마 전세가 없어지니 대치4동 빌라촌으로 전세 수요가 몰릴 것이고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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