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 펀드 최종 수익자, 안젤로고든으로 알려져

亞부동산펀드 1조 굴리는 미국계 부동산투자사

'외국계 자본이 강남 집값 올린다' 여론 부담된 듯

[단독] 강남아파트 매입했던 이지스 펀드, 최종 수익자는 미국계 '큰손'
서울 강남구 학동로 삼성월드타워 아파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동(삼성월드타워)을 통째 샀다가 정치권의 뭇매를 맞고 매입을 철회한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 최종 수익자가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논현동의 노른자위 땅을 시행사에 매각해 두 배 가까운 이익을 남기는 등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취해 온 국내 부동산 업계 '큰손' 투자자다.

28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의 사모펀드 '이지스 제371호'의 유동성 투자자(LP), 즉 최종 수익자는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안젤로고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자산운용업 라이선스가 없는 안젤로고든이 강남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이지스운용과 손을 잡은 것이다.

안젤로고든은 지난 2006년부터 국내 여러 부동산 자산에 투자해온 기관투자자다. 핵심 입지 부동산에서 안정적 임대료를 꾀하는 '코어 전략'이나,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해 개량하는 '밸류애드 전략'보다는, 용지 변경과 적극적인 리모델링 등 '오퍼튜너티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자산에 주목해 왔다. 지난 2016년 아시아 지역 오퍼튜너티 자산에 투자하는 세 번째 블라인드펀드를 8억5000만달러 규모로 조성해 운용 중인데, 이 펀드에는 노스캐롤라이나퇴직관리제도, 하와이퇴직관리제도 등 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강남아파트 매입했던 이지스 펀드, 최종 수익자는 미국계 '큰손'

앞선 투자 사례를 보면 안젤로고든의 공격적 투자 성향이 잘 드러난다. 지난 2016년, 마스턴투자운용과 손잡고 서울 논현동 소재 학교시설 부지 1만3161㎡(약 3980평)를 매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학교 용지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안젤로고든의 구상은 주민 반대에 부딪혀 투자 기간 내에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결국 가능성을 알아본 시행사 신영에 자산을 매각하면서 2년 만에 80% 이상 자본차익을 남겼다.

애초 삼성월드타워를 매입한 펀드의 최종 수익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이지스운용이 투자를 철회하지 않으리란 추측에 힘이 실렸다. 투자금을 대출했던 새마을금고에서 정부 규제를 벗어난 만큼의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하자,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아파트 리모델링을 위한 시설자금대출이라 규제를 위반한 게 아니다"라며 맞서기도 했다.

부동산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지스운용 정도되는 투자자가 규제 위반 여부를 철저히 검토하지 않았을 리 없다"며 "펀드에 투자한 주체가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지스로선 투자자가 불법 투기 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소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수익자가 외국계 부동산 투자자라는 점이 결국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이 정부와 맞서면서까지 강남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식으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안젤로고든의 대관 역량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이지스운용 입장에서도 평판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를 강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지스운용은 이번 강남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추진과 관련해 수익자를 주도적으로 모집했고, 사업 철회 결정 역시 수익자를 직접 설득해 동의를 구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펀드 투자자 역시 외국계 투자자를 비롯한 여러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