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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되는 스포츠 폭력의 민낯 ④ 특별기고] 故 최숙현 선수에게 보내는 편지

지난 6월 26일 아픔과 상처를 안고 우리 곁을 떠난 트라이애슬론 故 최숙현 선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故) 최숙현 선수가 떠난 지도 벌써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얼마 전 최 선수에 대한 그리움에 많이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슬픔 속에서도 다시는 이런 피해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진상규명에 힘써 달라 부탁하시는 최 선수 부모님의 강인한 모습에 먹먹한 마음이었지만 저 또한 반성하고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부모님을 통해 그 동안 최 선수가 얼마나 고통받고 힘들어 했는지를 접하게 되었을 때는 미안하다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과 밝은 희망을 기대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야 할 이른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힘든 시간과 싸우며 혼자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선수 관계자들의 믿지 못할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선수들, 이것이 체육계 현실이라는 점이 뼈아픕니다. 선수들은 스포츠를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 할 뿐인데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문제인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일부 무례한 지도자와 기득권층의 잘못된 인식과 권위의식, 강압적인 선후배 규율 문화는 동료 선수들 간 존중과 배려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또한, 선수들의 인권이 존중된 즐겁고 행복한 환경 속에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훈련 환경 개선이 절실합니다.

끊임없는 최 선수의 도움 요청에도 사건 해결보다는 사건의 실체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관계 기관들의 모습도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기관들의 외면, 그로 인한 무력감, 이어지는 가해자들의 변함없는 태도가 최 선수를 더욱 아프게 했을 것입니다.

특히, 같이 꿈을 꾸며 누구보다 서로 의지하고 아껴야 할 감독과 동료 선수들로부터 받은 상처는 그 누구도 치유해줄 수 없을 것입니다. 체육인 동료로서, 선배로서 마지막까지 아픔과 상처를 안고 먼 길을 떠난 최숙현 선수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비통하고 애석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슬픔조차도 사치같이 느껴집니다. 최 선수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걸고 우리에게 남기고 간 한 마디,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잊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 최 선수의 이 한마디는 더 이상 또 다른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이러한 사건이 조명되면 지나친 호통과 주목끌기식의 문제해결 방법이 제안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사각지대의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보여주기식의 접근을 자제하고,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지금 최 선수의 억울함과 변화를 위해 많은 동료들과 선후배들이 용기를 내고, 또 많은 이들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최 선수의 바람과 같이 이들과 뜻을 함께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고 있는 폭언과 폭력을 근절하고, 고통 받고 있는 젊고 유능한 선수들을 지킬 수 있도록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을 명확히 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최숙현 선수,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부디 그곳에선 아픔 없이 편히 쉬기를.

유승민 IOC 선수위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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