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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케스트라 만나 색다른 ‘빨간맛’
서울시향, SM과 콜라보…첫 ‘K팝 뮤비’ 나흘만에 98만 조회

장르의 경계를 허문 또 하나의 시도가 등장했다. 트럼펫의 연주로 시작하는 ‘빨간 맛’. 오보에는 레드벨벳 멤버 조이의 목소리를 대신했고, 아이린의 랩 파트는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표현했다. 편곡은 다양한 음악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선보여온 박인영 음악감독이 맡았다. K팝과 K클래식이 만났다. 만남의 주체들이 특별하다. 각 장르를 대표하는 선두주자다.

그룹 레드벨벳의 여름 히트곡 ‘빨간 맛’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44인조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17일 공개된 ‘빨간 맛’은 공개 나흘 만에 98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양측의 협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SM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보였다. 2016년 SM스테이션에서 피아니스트 문정재와 함께 한 음원을 공개, 클래식에 입문하며 토대를 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K팝 최초의 시도가 나왔다. 클래식 전당 뉴욕 링컨센터에서 줄리아드 음대 5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K팝 클래식 공연을 열었다. 올해에 나타난 더욱 뚜렷한 성과는 SM 산하 레이블 ‘SM 클래식스’의 설립이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주도해 설립한 클래식 레이블의 고문은 문정재가 맡고 있다.

SM 관계자는 “K팝과 클래식의 장르적 융합을 시도해 새로운 장르와 음악을 만들어보고자 클래식 레이블을 설립했고, K팝과 K클래식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서울시향과 업무협약도 맺게 됐다”고 말했다.

클래식계에선 서울시향이 대중음악 연주를 선보인다는 것에 대해 여러 시각이 나왔다. 우려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국내 최고 교향악단인 서울시향에 가지는 기대와 자부심이 높기 때문이다.

SM과의 협업은 코로나19 시대를 겪고 있는 서울시향이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일상’(뉴노멀) 속 공연을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미디어와 친화된 온라인 공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단원들 사이에서도 커졌다”며 “SM은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이나 접근법 등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클래식 분야에서도 더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M과 함께 창단 이래 처음으로 K팝을 연주한 서울시향은 역대 가장 화려하고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가지게 됐다.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서울시향은 “코로나19 시대에 이러한 활동이 클래식의 저변을 확대하고, 연주자들을 친숙하게 느껴 공연장을 찾게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고 했다.

서울시향과 SM의 만남은 국내외에서 손 꼽히는 ‘최고’ 콘텐츠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한다. 업계에선 단순히 K팝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아이돌과 최고의 오케스트라의 장점을 두루 살릴 수 있도록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일범 음악 평론가는 “서울시향이 함께 하며 다양한 K팝이 음악적으로 퀄리티가 높아지고 풍성해지는 효과가 큰 만큼 두 장르의 결합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서울시향도 보스톤 팝스 오케스트라가 하는 방식처럼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분리해, 유지할 것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기존의 클래식 애호가와 새로운 대중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SM은 “두 장르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한국 문화 콘텐츠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알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새 레이블 SM클래식스를 통한 음악적 영토 확장도 그 일환이다. SM 클래식스에선 클래식 매니지먼트는 물론 새로운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빨간 맛’ 후속작은 샤이니 종현의 ‘하루의 끝’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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