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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선수 폭행실태 전수조사에 혈세만 낭비한 인권위
교육부, 21일 일선 학교 운동선수 전수조사 계획 밝혀
지난해 7월 인권위 진행 전수조사와 대상·인원 사실상 같아
작년 ‘체육계 성폭력 사태’ 때 인권위 콘트롤타워 역할 의문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교육부가 초중고 학생 운동선수 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도 사실상 같은 내용의 전수조사를 진행한 바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는 임기제 공무원을 추가로 채용하는 등 초중고 학생 운동선수 전수조사를 위해 예산까지 투입했지만 결국 성과를 보지 못하고 교육부가 같은 내용의 전수조사를 또 실시하는 꼴이 됐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교육부가 계획을 밝힌 초중고 운동선수 폭력 실태 전수조사의 대상은 대한체육회 등록된 학생선수 5만9252명으로 지난해 7월 인권위가 실시한 전수조사 인원 5만7557명과 사실상 같다. 당시 인권위는 “등록 선수 전부인 6만3211명으로 대상으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이 중 91%가 조사에 응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학생 선수 수 변화로 일부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인권위가 실시한 전수조사와 대상이 같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조재범 쇼트트랙 코치 사태’로 체육계 성폭력·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인권위,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들은 연일 대책을 쏟아냈다. 전수조사를 포함한 체육계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 필요성이 제기 되기도 했다. 콘트롤 타워를 놓고 부처 간 혼선을 빚자, 인권위가 조사 주체가 돼 이들 학생 선수에 대한 전수조사를 포함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교육부는 지난 21일 “시도교육청과 함께 학생들의 피해사례를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진행되기는 지난해 진행된 인권위 조사도 마찬가지다. 인권위는 초중고 학생운동 선수 성폭력·폭력 실태조사를 위해 지난해 5월부터 협의를 진행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시도교육청의 학교 운동부 담당 장학생 협의회를 개최, 실태조사 협조 요청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권위의 조사는 ‘방향’을 맞추는 데 방점이 있었다면, 이번 교육부가 하는 조사는 ‘처벌’에 방점을 두고 있어, 양 조사의 차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설명과 달리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가 진상조사에 나설 당시 가해자를 찾아 처벌까지 하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인권위도 지난해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익명 조사를 진행하며 일부에 대해서는 전화번호를 남기라고 해,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인권위는 상황이 심각할 경우 단순 권고에 그치지 않고,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도 한다. 인권위가 내놓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만7557명의 조사 대상자 중 7333명의 학생 선수들이 전화번호를 남겨 상담이 이뤄졌다. 인권위는 자료에서 관련 수치를 언급하며 “일부 진정 사건으로 연계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인권위 측은 구체적인 수사 건수가 몇 건인지 묻는 본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조재범 사태’ 때 쇼트트랙 국가 대표 심석희 선수를 도운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교육부의 전수조사가 처벌에 방점을 두고 진행된다는 것은 지난해 인권위의 조사가 잘못됐다고 한 이야기”라며 “피해 학생들은 결국 말을 안 할 것이다. 교육부가 진행하는 전수조사도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인권위의 전수조사에는 추가 예산이 투입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위해 기간제 공무원 채용과 온라인 설문조사 장비 등에 예산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전수조사에 투입된 구체적인 예산 액수를 묻는 질의에는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해 ‘스포츠인권 캠페인’ 실행 용역에 1억7000만원, ‘체육관련 단체·기관 종사자 성폭력 등 실태조사’,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등에 9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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