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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정적이고 잘 웃던 아이였는데”…용인 물류센터 화재가 삼킨 27세 청년
대학 졸업 직후 곧바로 취직한 직장에서 참변
유가족 “방재장비는 구비돼 있었나 알고 싶다”
화재·사망원인 규명 위한 현장 감식·부검 진행
용인시·유가족·사측 오후에 장례 절차 협의 예정

지난 21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SLC물류센터 앞에서 화마를 피해 대피한 뒤 울먹이는 근무자(초록색 옷)를 지인이 안아 주며 위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용인)=주소현 기자] “정말 긍정적이고 잘 웃고 친화력 좋은 아이였어요.”

지난 21일 경기 용인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사촌동생 B(27)씨에 대해 어렵게 이 한마디만 건네고 다시 울음을 삼켰다. 같은 날 오전 용인시의 SLC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랑하는 아들이자 형을 잃은 B씨의 유가족은 응급실 앞에 주저앉아 아무 말 없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7시께 빈소도 차려지지 않은 장례식장 앞으로 하나둘씩 모인 B씨의 대학 선후배들은 유족을 위로하며 이따금씩 울음을 터뜨렸다. 현장에 있던 B씨의 한 대학 동기는 “B(씨)는 2018년 2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직했고 같은 해 12월 SLC물류센터가 준공되자 이곳으로 옮겨와 쭉 다녔다”면서 “앞으로 잘될 줄 알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화재가 발생한 SLC물류센터의 지하 3~4층에는 물류업체인 오뚜기물류서비스와 JOPNP가 입점해 있다. 피해를 입은 사상자 대부분은 오뚜기물류서비스 소속으로 알려졌다.

용인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유가족과 부상자 지원에 나서고 있다. 유족들은 22일 오후 2시 용인서울병원에서 용인시·오뚜기 측과 장례 절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1일 오후 9시께까지 한 자리에 모여 장례 절차에 대해 논의했으나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유족과 용인시에 따르면 유족들은 합동 분향소 설치를 검토 중이다.

지난 21일 용인서울병원에서 논의를 마치고 나온 일부 유족은 용인시·협력업체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가족 대표를 맡은 장모씨는 “위급한 상황이 이전에도 있었는지, 방재 장비는 구비돼 있었는지, 화재 원인은 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유가족 C씨는 “우리가 바라는 건 보상이 아니라 화재 원인, 대책 등인데 여전히 공무원들은 문서 행정만 늘어놓더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일부 유가족은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기 전 시신이 모셔져 있는 각 병원에 임시 빈소를 차리기도 했다. 유족 A씨는 “아버님이 B(씨)를 밤새 혼자 두고 가기 마음이 아파 합동 분향소를 차리기 전에 임시로 빈소를 차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 대표 장모씨는 “합동 분향소 설치와 별개로 일부 유가족은 이미 장례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피해자 5명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들의 시신을 국가과학수사본부로 보내 부검을 의뢰했다. 소방당국은 초진 이후 인명 검색·구조 과정에서 지하 4층에서 A씨 등 5명을 숨진 것을 확인했다. 부상자 8명 중 5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상자 1명은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실려 갔다. 부상자 중 3명은 귀가한 상태다.

경찰,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7개 유관기관은 이날 화재가 발생한 원인과 경위를 밝히기 위한 합동감식을 벌였다. 소방당국은 지난 21일 “CCTV상으로 지하 4층 출하대에 세워져 있던 트럭과 냉동 창고 사이에서 불길이 일었으나 정확한 원인은 추가 감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화재 당시 근무했던 일부 근로자는 천장에 달린 냉동 쿨링 팬에서 불길이 시작됐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 8시29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위치한 SLC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한때 인접 5~9개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는 대응 2단계가 발령됐으나 화재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10시30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SLC물류센터는 지상5층·지상4층에 연면적 11만5000여㎡ 규모로 2018년 12월 준공됐다.

용인=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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