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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자세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역사에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지 궁금하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재난에 빠져들었다. IMF는 지난 4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한 데 이어, 6월에는 -4.9%로 다시 하향조정했다. 시간의 흐를수록 코로나19가 진정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재난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국가별로 받는 영향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

6월 발표된 선진경제권에 대한 IMF의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미국 -8.0%, 영국 -10.2%, 프랑스 -12.5%)는 지난 4월 보고서보다 각각 -2.1%포인트, -3.7%포인트, -5.3%포인트씩 조정되면서 역성장의 폭을 키웠다. 한편 IMF는 중국의 4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6%로 제시했지만 6월에는 그 값을 +1.6%p 조정해 1.0%로 제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구 선진국이 코로나19로부터 받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반면, 중국 경제는 보건위기의 불확실성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IMF는 분석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된 미·중 통상분쟁이 중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나라가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릴 시간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로나19는 그 기대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결과만 고려할 때 중국이 미국을 더 빠르게 추격할 가능성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사람들의 삶의 방식도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19는 인류의 보건역량 약점을 명확하게 드러냈으며, 현재의 경제 체제가 불평등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언제든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켰다. 지금까지 살아온 일상이 더는 평범한 삶이 아닌 게 되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주변을 다시 살펴보게 했다. 또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과 가치를 매기는 관점에 대해 추가적인 고민도 하게 됐다.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삶의 방식을 시나브로 조정하며 코로나19에 적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적응 과정을 통해 인류는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균형점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4세기 흑사병은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중세 봉건경제를 붕괴시켰지만, 자본가 계급의 출현과 르네상스의 시대를 역사의 전면에 세우는 배경이 됐다. 또한 1666년 런던 대화재는 소방설비와 같은 공공서비스가 공급될 수 없을 정도로 과밀하고 좁고 낙후된 시가지를 집어삼키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공공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는 계획도시로 런던을 재건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런던은 100여년 뒤 산업혁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보유하게 됐고,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경제의 기반을 제공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유질서는 가고 과거의 성곽질서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19가 물리적으로 인류를 성곽 내에 고립시킬지 몰라도,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새로운 기술의 발달은 광활한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자유를 선사했다. 분산·클라우드 컴퓨팅 전문업체 아카마이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 월평균 3%씩 증가하던 세계 인터넷 트래픽이 코로나19 이후인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약 30%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인류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계속 진화해왔다. 과거의 일상을 단순히 회복하는 것만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할 수 없다. 문제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훈을 찾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위기 극복임을 앞선 역사는 말해준다. 지속 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경제 시스템으로 이행하기 위해 투명성·개방성·포용성의 원칙하에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대외전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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