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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박원순 사건’ 후 첫 인권위 전원회의, ‘박원순’ 의제에도 안올라
인권위, 박원순 사건 후 열흘 만인 20일 첫 전원위
박원순 성추행 의혹과 무관한 주제만 논의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불거진 이후 처음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이하 전원위)에서 박 전 시장 사건은 의제조차 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추행 의혹의 피해자 측이 제3자 진정 건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인권위의 직권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일 오후 4시 열린 전원위에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논의 없이 회의를 끝냈다. 전원위는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들이 모여 조사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결정하는 회의체다.

이번 전원위 회의는 지난 6일 이후 처음 열린 것으로, 10일 새벽 박 전 시장의 시신이 발견되고 13일 피해자 측이 기자회견을 열어 ‘진실 규명’을 호소한 이후 첫 회의다. 회의에서는 성추행 의혹과 무관한 의제들만 논의됐다. 회의 후반부 일부 전원위원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인권위 사무국 측은 ‘진정 사건이 진행 중’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박 전 시장의 인권 침해 행위와 이를 방조한 서울시 공무원들을 조사하고, 책임자 징계 등 관련 조치를 권고해달라고 인권위에 최근 진정했다.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고소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수사와 달리 인권위의 진정은 피진정인의 사망과 관계없이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의당,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등 여러 단체도 비슷한 내용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피해자 측이 제3자 진정 사건의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인권위에 제기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진상 규명 사건은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에 따르면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한 진정에서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을 경우 인권위는 진정을 각하하게 돼 있다.

사준모는 제3자 진정 사건에 응하지 않겠다고 피해자 측이 밝힌 직후 인권위 진정을 취하했다. 나머지 단체들의 진정도 피해자가 동의를 하지 않아 조사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18일 “제3자가 인권위에 제기한 진정 사건의 조사에는 응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관련 단체와 추가 협의하고 필요할 경우 피해자가 직접 주체가 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권위 조사는 제3자 진정과 피해자의 직접 진정이 없어도 직권 조사의 형태로도 이뤄진다. ‘인권위법’ 제30조에 따르면 인권 침해나 차별 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하지만 주요하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 온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사망이 밝혀진 지 열흘이 넘도록 최영애 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서조차도 내지 않고 있다.

앞서 인권위는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미투 폭로’를 한 후 성추행 피해와 이후 2차 피해를 조사해 달라며 김 변호사가 진정하자 직권 조사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전문 조사관 9명을 포함한 직권 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벌였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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