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서울시 공무원들의 호소
사상 초유의 시장 유고 사태 2주, 일상 회복 촉구 목소리 커져
서울시청 신청사. [헤럴드DB]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매일매일 신문지면으로 박 시장의 그간 행적을 확인하는 게 괴롭습니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 일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의 호소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고 확인 11일째. 고인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 측인 여성단체의 잇따른 폭로로 대한민국이 한 주 내내 시끄럽자 20일 서울시 내부에선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서울시청이 마치 성희롱·성추행의 온상처럼 비쳐 직원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며 “사실 6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시청에서 근무하는 99.9%의 직원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몇 년밖에 같이 근무하지 않은 6층 인사들 때문에 시청 전체 이미지가 먹칠된 것 아니냐”고 억울해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안전 관련 주무부서뿐 아니라 경제 관련 부서까지 코로나19 방역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일했는데, 그런 직원들 공로는 다 잊히고 박 시장 성추행 얘기만 묻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시장집무실이 있던 6층은 거대한 시청 조직과는 별도로 움직여왔다. 시장단 별정직 임용도 정식 공고 절차 없이 ‘알음알음’ 비공개로 이뤄져 왔다. 시청 근무 대다수 직원은 비서실로 차출된 내부 직원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폐쇄된 구조였다. 피해 당사자도 여성단체를 통해 “비서실 직원은 성희롱 예방교육에도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할 수 없었다. 비서실 근무자가 서울시청 내 ‘공식 창구’로 문제를 신고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하며 시청 내부 인권담당관실·감사과·조사과 등 공식 창구를 활용하지 못한 배경으로 비서실 내부의 구조적인 위계 문제를 언급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조사받을 사람은 빨리 조사받고, 시의 자체 진실규명활동은 하되, 시의 나머지 대부분 조직의 일상적 업무시간은 보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던 전직 시장의 성추행 의혹, 이후 극단적 선택이 알려진 직후 한동안 시청 직원들은 충격과 허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한 공무원은 “다 같이 집단 트라우마 치유라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장례가 끝나자 서울시 내부는 피해자에 대한 시의 미온적 대처, 고인에 대한 공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며 여론이 분열됐다. 한 여성 과장은 “알고 보니 위선적이었다”고 고인에 대한 인물평을 고쳤지만 또 다른 여성 고위직은 “그래도 박 시장이 여성 편에서 여성정책을 많이 펴온 것은 사실”이라고 공적 영역에서의 공로를 인정했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이 14일 성명서를 내기 전까지 노조가 이 사태에 침묵하는 이유를 따져 묻는 직원들도 많았다. 노조 게시판에는 “공무원노동조합은 대다수 하위직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돼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직원들이 억울하고 말 못할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노동조합의 설립 의미가 있지 않냐” “노동자 권익을 침해한 사람이 권력자이고, 따르는 사람이 많은 정치인이면 침묵하냐” 등 노조의 입장을 요구하고, 질타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