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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정·오거돈 이어 박원순까지…‘위력’ 앞세워 되풀이되는 성폭력
“가해자가 생사여탈권…피해 알리기 어려워”
감찰위 등 내부 고발 시스템도 작동 잘 안돼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 대화방 초대 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자신의 수행 비서가 대상이었던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세간의 관심사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안 전 지사에게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올헤 4월 23일 갑작스럽게 시장 직을 사퇴했다. 사퇴 배경은 직원 성추행이었다. 오 전 시장은 피해자를 집무실로 불러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도 ‘권력형 성범죄’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 여성계와 야당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1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박 시장의 성추행을 알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바로 얘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했기 때문”이라며 “가해자가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나 상급자라 피해자가 도움을 청했어도 주변인들은 이를 방관하거나 묵살하게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사건의 피해자도 내부 감찰위원회나 감사 기능 등 서울시 내부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서울시 성폭력 매뉴얼에도 ‘성폭력 피해 이야기를 접한 동료는 피해자를 격려하고 적절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결국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가 2018년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을 제작했고, 지난해에는 이를 수정·보완한 새로운 매뉴얼을 발표했지만 결국 종잇장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을 둘러싼 근무 환경도 문제로 지적했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고용평등상담실장인 박윤진 노무사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 같은 이들의 근무 환경도 지자체장들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데 일조한다”며 “박 시장의 경우 6층 집무실에 침대가 있고 여성 비서가 자신을 깨우러 오는 등 마치 자신의 왕국같은 근무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小)왕국의 임금처럼 절대 권력을 갖고 있었다. 안희정도 그렇고 박원순도 대권 주자였다.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체감하는 것은 비서들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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