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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평온한 절망과 소부장의 반전

  • 기사입력 2020-07-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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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잘 지내시나요? 거의 1년 만이죠? 우리가 상하이에서 만난 게 작년 4월이었으니. 그때 일본의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 금수조치에 대해 A형이 했던 얘기가 새삼 생각납니다. A형은 오히려 잘됐다고 했지요? 의외였습니다. 삼성 임원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듣고 보니 이해는 되더군요. 이제 A형이 옳았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고요.

A형 논리는 이랬지요. “부품이든 소재든 일본과의 거래는 평온한 절망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품질이 최고인데 가격도 크게 올리지 않는다. 대체품을 찾을 필요가 없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빠져나갈 수가 없다. 영원히 종속된다. 외부적 충격 아니고는 깰 수가 없다. 국산화는 요원하다. 그러니 일본의 금수조치는 어찌 보면 잘된 충격이다. 힘들겠지만 기업들은 방법을 찾을 것이다.”

지금 A형 말대로 돼가고 있습니다. 1년도 안 돼 고순도 불화수소를 양산하는 기업이 생겼지요. 국산화 기술력은 있지만 설비·자금 부족으로 양산에 어려움을 겪다 기사회생해 빛을 보는 기업도 생겼습니다. 반도체 웨이퍼 회로 인쇄용 포토레지스트도 국산 사용비율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업체들이 여럿인 걸 감안하면 앞으로 국산화율은 더 높아질 게 분명합니다. 이름도 생소하던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에스앤에스텍, 덕산네오룩스, 램테크놀러지 등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고 주가도 꽤 올랐습니다. 이제 이들은 해외에서 일본과 경쟁하겠지요. 참으로 놀라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반전입니다.

하지만 A형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의문도 생깁니다. 충격을 받기 전에 대기업이 스스로 할 수는 없었을까요? 혹시 A형이 말하던 ‘평온한 절망’이란 게 스스로의 내부통제 시스템에서 온 건 아닐까요? 실적주의에 매몰되다 보니 조금의 위험부담도 지지 않으려 했던 결과는 아닐까요?

시도조차 해보지 않으니 ‘창조적 변화’는 아예 설 자리조차 없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부당한 납품가격 결정이나 계약 취소와 같은 불공정거래로 인해 중소기업의 국산화 노력이 좌절된 사례도 많을 겁니다. 하긴 어디 대기업만의 문제겠습니까. 공무원 관료들의 무사안일주의는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지금도 수많은 중소기업, 창업벤처들이 변화와 위험을 기피하는 대기업과 관료들로 인해 좌절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그래도 A형. 이제부터라도 좀 달라졌으면 합니다. 기술수요에 대응할 기업은 국내에서 먼저 찾아보려는 노력도 해야 합니다. 그게 동반성장 아니겠습니까? 능력 있고 촉망받는 임원이니 A형부터라도 또 다른 소부장의 반전이 가능한 터전을 마련해줬으면 합니다. 물론 대기업만 변한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화학물질 사용자가 모든 정보를 하나 빠짐없이 보고해야 하는 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같은 규제를 완화하고 화학물질 정보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할 겁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요. 연구기관의 첨단 기술 공유와 협력도 필수적입니다.

자국기업의 피해가 더 크다는 내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2차 금수조치를 취하겠다고 합니다. 비관적으로만 볼 일도 아닙니다. 우린 그걸 또 다른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면 되니까요.

남 얘기라고 쉽게 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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