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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에서 점점 사라지는 ‘원순씨 흔적들’
홈페이지·배너 등 ‘원순씨’→‘시장’
市, ‘고은 미투 의혹’ 때에도 흔적 지우기 나서
전문가 “반복노출 겪으면 트라우마 더욱 커져”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모습.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서울시에서 ‘원순씨’가 사라지고 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소통 창구로 활용되던 ‘소셜시장실’ 홈페이지는 개편 작업에 들어갔고, 서울시 공직자 비리신고 채널인 ‘응답소’와 연결되는 ‘원순씨 핫라인’ 배너 역시 사라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 역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흔적 지우기’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17일 오전 10시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하던 ‘시민과 함께하는 소셜시장실’ 홈페이지는 서울시 홈페이지로 연결이 전환되고 있다. 박 시장의 활동 내역을 제공하는 ‘원순씨 메가폰’, 박 시장의 저서를 안내했던 ‘원순씨, 책’, 박 시장의 선거 공약 등을 안내하는 소셜시장실 메뉴의 경우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알림이 나온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16일부터 ‘소셜시장실’ 홈페이지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며 “시장님 사진 같은 것도 있고 해서 변경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하 재단)에서도 지난 16일 오후 3시까지 박 시장의 사진과 함께 있었던 ‘원순씨 핫라인’ 배너를 삭제 조치했다. 재단은 서울시의 성평등 정책을 연구·강화하고, 서울시 공무원과 시민의 성평등 의식 향상 교육을 위한 성주류화지원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배너 관련 조치에 대해선 따로 전달 받은 것은 없지만,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원순씨 핫라인’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 배너 삭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원순씨 핫라인’ 배너 링크를 통해 연결되는 ‘서울시 응답소’는 서울시 등 공직자의 비리를 신고하거나 공익을 제보할 수 있는 사이트로, 현재는 ‘시장 핫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안내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까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 하단에 위치했던 ‘원순씨 핫라인’ 배너 모습. 17일 오전 10시 현재 사라졌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 캡처]

앞서 서울시는 2018년 시인 고은(87)씨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자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을 철거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고씨가 과거 문단 후배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고, 교과서에서 그의 작품을 지우는 방안까지 회자되자 고심 끝에 ‘철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노출이 반복될수록 그 트라우마는 더욱 커진다’며 서울시의 선제적인 ‘흔적 지우기’ 조치를 제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반복 노출 경험’이라고 해서, 대부분의 트라우마는 처음보다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라도 다시 노출될 때 더 후유증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재단과 같이 선도해야 할 부서나 기관에서 그런 부분들을 잘못 다루고 있었던 것은 더 큰 트라우마와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선제적으로 나서서 흔적들을 지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성추행 의혹’을 받는 박 시장의 사망과 관련,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박 시장의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15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여성단체, 인권 전문가, 법률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직원에 대한 2차 가해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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