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울시 ‘경찰수사’ 의뢰하나…출발선부터 스텝 꼬인 ‘민관합동조사단’
참여 요청 공문에도 고소인 측 회신 없어
전직 시장단 별정직들은 “연락두절” 상태
비서실장 지낸 서정협 권한대행 조사 한계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진용·한지숙 기자] 고(故) 박원순 시장의 직원 성추행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서울시가 경찰에 수사 의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여성가족정책실장 주도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착수를 위해 뛰고 있지만, 17일 오전 9시 현재까지 고소인 측 여성단체는 참여 요청에 아무런 답변이 없는데다, 전직 시장단 별정직들의 연락두절 상태, 비서실장을 지낸 현 시장 권행대행까지 조사해야하는 점 등 여러 난맥으로 조사단은 구성 전부터 스텝이 꼬였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시의 조사단 참여 요청에는 불응한 채 2차 폭로를 잇자 이 날 오후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주재로 대책회의가 열려 ‘경찰 수사 의뢰’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고소인 측이 조사단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에 염두한 대비책으로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송다영 여성가족정책실장은 17일 헤럴드경제에 “시가 보낸 공문(15일과 16일 2차례)에는 지원단체(여성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경찰 수사 의뢰 가능성에 대해선 “향후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징계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날 여성단체들은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에서 경찰이 수사를 지속하라며 시 경찰청이 시장 집무실이 있는 6층에 대해 증거보전 및 수사 자료를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전 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들이 7월 8일 피해자의 고소사실이 알려진 이후 피해자에 연락을 취해 사과는 하지 않은 채 “정치적 진영론에,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하거나,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하고,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야”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의전화는 “서울시가 15일 내놓은 대책을 통해서는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단 활동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상 민관합동조사단은 강제수사권이 없는 ‘셀프조사’여서 한계는 명확하다. 조사단은 조사 대상을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했던 2015년 중순부터 최근까지 별정직 80여명으로 잡고 있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전직들 중 일부는 시와 연락까지 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도 (박 시장 측근)젠더특보, 공보특보, 정책특보 등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다. 10일부로 당연퇴직한 시장단 별정직 27명이 모두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무책임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8일 피해자의 고소장 접수 전에 박 시장에게 “시장님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외부의 첩보를 전달한 임순영 젠더특보는 시에 전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기간 중 비서실장(2015년3월~2016년7월)을 지낸 서정협 권한대행(행정1부시장)을 조사단이 조사할 수 있냐는 문제도 있다. 조사단은 여성가족실장 주도인데, 여성가족실장은 영결식이 있던 13일 고소인의 기자회견 직전에 변호인 측에 문자를 보내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 송 실장은 “(고소인 측에)유골이 선산에 묻힐 때까지만 (기자회견을)기달려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시는 또 15일 합동조사단 구성에 착수한다는 발표를 하기 두어시간 전에 “서 대행이 비서실장 재직 당시 이번 사안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서 대행의 공식 입장까지 냈다. 이는 조사단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