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 도입하면,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임대할 것
-전셋값 오르자, 소형 아파트 매매가도 천정부지로 올라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30대 김모 씨는 지난봄부터 서울 동작구에 있는 친정집에서 살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1억원 올리면서 내린 결정이다. 돈을 모아 분가를 해야 하는데, 집 근처 공인중개업소를 지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전셋값이 연일 수천만원이 오르고 있다.
정부가 최근 두 달 새 두 번의 대책을 내놓고, 당정이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을 이달 내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서울 전역에서 전셋값 급등이 나타나고 있다. 2년 계약 기간이 지난 세입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할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정부는 임대차 3법 처리에 따른 전월세상한제 추진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시장 반응은 좀 다르다.
당정이 임대차 3법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 전역에서 전셋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
전세시장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특히 입지가 좋은 선호지역에선 ‘부르는 게 값’이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114㎡(이하 전용면적) 전세는 이달 12억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전세계약건 중 가장 높은 것은 9억원이었다. 1년 새 3억원이 오른 셈이다.
신반포4지구 이주가 시작된 서초구 잠원동에선 여름방학을 이용해 이사하려는 전세 수요 움직임이 많다.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역 인근에 수리가 하나도 안 된 아파트가 10억원에 전세로 나오자 보지도 않고 나갔다”면서 “최근 전셋값이 1억원 정도 올랐는데 하루 이틀 만에 다 계약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세시장 상승세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전월세상한제를 시행해도 단기 가격 상승을 잡을 뿐, 결국엔 전세물량을 줄여 가격을 올릴 것”이라며 “상당수 임대인은 집이 두세 채 정도여서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본인이 직접 들어가 실거주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임대주택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모집에 전세를 사는 ‘부모 찬스’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서울에선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일제히 전셋값 상승이 이뤄지자 ‘화장실 1개’인 소형 아파트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자녀 계획이 없는 30대들이 좁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겠다는 조바심이 생기면서 소형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른바 ‘패닉 바잉(공포에 의한 매수)’의 한 모습이다.
서울 송파구 리센츠 27㎡는 6·17대책 이후 이달 15일까지 계약된 거래건이 9건이다. 신고 기간이 남아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가운데 11억원을 넘는 거래건만 2건이다. 전용면적 기준으로는 3.3㎡(평)당 1억원을 넘긴 셈이다.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 38㎡도 지난달 12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말 11억8000만원에서 1억원이나 올랐다. 개포동 래미안블래스티지 49㎡도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초고가아파트 기준선인 15억원을 넘기며 15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초 매매가는 12억원대였다.
공인중개업 관계자들은 입지 좋은 신축의 전세보증금이 오르자 차라리 좁더라도 집을 사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한다. 특히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15억원 미만 소형에 관심이 많다.
반포종합상가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몇 년 전 신혼부부가 강남 뉴코아 옆 킴스빌리지 30㎡를 매수한다고 했을 때 ‘그 좁은 데서 어떻게 살지’라고 생각했는데 3억원대에 산 걸 7억원대에 팔고 나갔다”면서 “지금 호가는 8억원대로 올랐고 매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 대출 규제도 더해지고 주변 전세가도 오르면서 그냥 내 집을 갖자는 신혼부부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가치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소형 신고가는 점차 확산세다. 목동아파트 4단지 48㎡는 지난해 이맘때는 8억원대였는데 지난달 10억7000만원에 팔렸다. 호가는 12억원 선이다. 개포동 성원대치 39㎡도 이달 4일 12억1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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