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사건 현 수사팀 그대로 유지
이성윤 지검장 최종 결재권…객관성 담보 관건
[헤럴드경제=좌영길·김진원 기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처리 방향을 놓고 대립을 이어가던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향후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그대로 맡게 될 전망이다.
대검은 9일 추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한 시점에서 총장이 수사에 관여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대검은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자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며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전날 현 수사팀을 그대로 유지하고, 서울고검장의 지휘를 받는 대신 총장은 사건에 관여하지 않는 형태의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추 장관은 이 안을 지휘 거부라고 못박았다.
추 장관은 이날 대검의 입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추 장관은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3년) 국가정보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수사지휘권을 수용한 셈이어서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착수 등 초유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추 장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사를 일임하도록 지시한 상황에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파견근무를 하며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수사 당시 대검에 ‘윤석열 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번 사안은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사건 지휘권이 행사된 첫 사례로 남게 됐다. 2005년 천정배 법무부장관도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처리하라는 지휘를 내렸지만, 총장이 사퇴하면서 지휘권 행사는 사실상 불발됐다.
다만 이번 갈등 국면에서 법무부와 대검 간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하고 있어 여진은 남아있다.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발표한 ‘현 수사팀 유지+서울고검장 지휘’ 제안은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기획조정부가 미리 협상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대검은 법무부가 이러한 제안을 먼저 해와 수락했다고 설명한다. 반면 법무부는 대검이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고 요청해 실무진이 검토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대검과 법무부가 협상한 내용을 추 장관이 돌연 뒤집은 과정에도 의문이 남고 있다. 전날 최강욱 의원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 다수가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취지의 공지문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하지만 이 내용은 법무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한 문구일 뿐, 실제 언론에 전달된 내용이 아니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는 해당 문구가 내부적으로 검토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유출 경위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