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만드는데 최소 4개월…나쁜 합의 위험”
北, 트럼프 3차 북미정상회담 발언 반응 없어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 의사를 밝혔지만 회의적인 전망이 팽배하다.
북한이 이미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은데다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다하더라도 오는 11월 미 대선 등 일정을 감안할 때 제대로 된 합의가 어려워 하노이 결렬의 재판이나 나쁜 결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단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 대선 전 중재 의사를 밝히고, 미국 내에서 대선 직전 대형 이벤트를 의미하는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제기된데 이어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도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으나 직접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인종차별 항의 시위 등으로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반전카드로 3차 북미정상회담에 매력을 느낄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3차 북미정상회담 발언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방한중 공개됐고, 비건 부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권한 있는’ 협상 카운터파트 임명을 촉구하면서 평화로운 결과 도출을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러나 또 다른 당사자인 북한은 마뜩찮은 모습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을 내세워 미국과 마주앉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언한 상태다. 특히 최 제1부상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기억에서마저 삭막하게 잊혀져가고 있다면서 다시 거론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며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으로서는 재선 여부가 확실치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은 또 다른 도박일 수밖에 없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3차 북미정상회담 언급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이 지난 수십년 간 북한과 대화를 추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같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현 상황을 유지하길 바라기 때문에 3차 북미정상회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 의사를 밝히면서 9000마일 떨어져있는 북한이 아직 핵탄두를 미 본토에 떨굴 운반수단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측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더라도 장소, 의전, 경호부터 합의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으로 상당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변수다. 시간에 쫓길 경우 하노이 노딜의 재판이나 나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클링너 연구원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를 간절히 원하면 나쁜 합의를 할 위험이 있다”며 “제대로 된 합의문을 만드는 데 최소 4개월 이상 걸리는데 미국은 급하게 결함있는 합의문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