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 예외주의는 실패했다”
한 달도 안돼 200만→300만명 넘어
남부 선벨트 세계적 ‘바이러스 수도’
바레인 등 중동國보다 州가 더 많아
트럼프ㆍ펜스, 가을학기 개교 압박
전 재무차관보 “美 다른 나라 피할 사례”
크루그먼 “가망없는 정치전략 사람 죽여“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8일(현지시간) 300만명을 넘었다. 200만명을 찍은지(6월 10일) 한 달도 안 돼 100만명이 추가됐다. 애리조나주(州)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선벨트’ 지역이 확산 중심이다. 상황이 엄중한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보건당국 지침 개정까지 압박하며 코로나19로 문닫은 학교의 가을학기 개학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특별한 국가라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는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존스홉킨스대는 이날 오후 6시 기준(동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를 303만5337명으로 집계했다. 사망자는 13만1000명을 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수다. 인구(3억2900만여명)의 약 1%가 코로나19에 걸렸단 얘기다. 100만명 단위로 확진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첫 확진자 발생은 1월 20일이다. 100만명까지 약 100일 걸렸다. 이후 200만명을 기록하는 데엔 40여일 소요됐다. 이날 300만명을 넘기까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보건 전문가는 적절한 억제 조처가 없었다는 점을 거론, “일어날 필요가 없었던 코로나19 위기였다”고 한탄하고 있다.

최초 진원이 뉴욕주 등이었다면 이번엔 미 대륙을 동서로 가로질러 북위 37도 이남의 따뜻한 지역을 의미하는 ‘선벨트’가 위기 한복판이다. 바이러스를 무시하던 화를 입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시민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마이애미 해변 인근 병원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차량 안에서 길게 줄을 서고 있다. [EPA]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선벨트에 포함된 애리조나·플로리다·사우스캐롤라이나주보다 최근 일주일 동안 100만명당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국가가 없다. 애리조나의 100만명당 확진자수는 3300명이다. 플로리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각각 2700명, 2300명이다. 4위가 돼서야 미국의 주가 아닌 국가인 바레인이(2200명) 나온다. 이밖에 상위 15위 중엔 카타르(6위), 오만(7위)을 제외하곤 모두 선벨트가 차지하고 있다. 해당 지역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수도’가 된 셈이다.

그러나 미 권력의 1·2인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을에 학교 문을 열라고 강하게 주문한다. 경제 정상화의 ‘키(key)’라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으로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지침은 개학을 하는데 너무 엄격하고, 돈이 많이 들어서 반대한다”며 “그들(CDC)은 개학을 원한다면서 학교에 비현실적인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그 사람들을 만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가을에 학교가 정상 개학하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도 했다.

CDC 지침엔 최소 6피트(약 1.8m) 떨어지기, 한 방향을 보고 학급 내 점심식사, 시차를 둔 등교시간 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펜스 부통령도 보건당국을 옥죄었다. 그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CDC는 다음주부터 더 명확한 추가적인 권고사항을 발표해야 한다”며 “지침이 지방정부의 판단을 대체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공중보건 전문가가 말하는 게 학교를 다시 열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며 “개교에 관해 내가 아는 최고 전문가는 내 아내 캐런”이라고 했다. 연쇄 압박에 CDC는 새 지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브래드포드 드롱 버클리대 교수(경제학)는 “코로나19 사망자는 매년 교통사고로 4만명이 죽는데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사회적 시선처럼 가려질 수 있을 것”이라며 “팬데믹은 미국 예외주의의 진실을 확인시켰고, 다른 나라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세계적인 사례가 됐다”고 지적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가망없는 정치적 전략이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