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댓글 창 위치 올리고, 자동 댓글도
길 잃은 악플들 유트브로 집결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유튜브가 ‘댓글 창’ 키우기에 나섰다. 하단에 위치했던 댓글 창을 화면 상단으로 옮긴데 이어 자동으로 댓글을 달아주는 기능을 신설했다. 악성 댓글이 연예인 자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자 네이버·카카오·네이트 등 국내 포털이 연예 댓글 창을 폐쇄한 것과 상반된다. 국내 포털들이 악플과의 전쟁에 나선데 반해 유튜브가 악성 댓글의 판을 깔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튜브 “댓글 더 편하고 쉽게” 강화
유튜브는 최근 댓글 창 키우기에 한창이다. 유튜브는 최근 이용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댓글 창 UI(사용자 환경)를 변경했다. 모바일 화면 맨 끝에 위치했던 댓글 창을 상단으로 옮겼다.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면서 바로 아래 위치한 댓글 창을 보며 실시간으로 반응을 살필 수 있게 했다.
댓글 자동 응답 기능도 신설했다. 구글은 이달 1일 구글의 메시지 자동응답 인공지능(AI)기술인 ‘스마트리플라이(SmartReply)’를 유튜브에 도입했다. 스마트리플라이는 지메일(Gmail),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등에 적용돼 자동으로 메시지를 입력해 주는 기능이다. 앞으로 유튜버는 유튜브용 스마트리플라이를 활용해 특정 댓글을 쉽게 쓸 수 있게 됐다. 현재 영어와 스페인어 버전으로 서비스 중이지만 향후 다른 언어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유튜브 측은 댓글 창 개선을 통해 이용자 간 활발한 소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악성 댓글은 유튜브로?
댓글 편의성이 높아진 유튜브가 국내 악성 댓글의 집결지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앞서 국내 주요 포털은 연예 기사 댓글 창을 폐쇄했다. 다음이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악플로 고통을 호소하던 고(故) 설리 사망 직후, 카카오는 악플 근절을 내세우며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도 동참했다.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하고, 뉴스 댓글 이력 공개 방침을 세웠다. 7일부터 네이트도 관련 서비스 중단 및 댓글 등록 이력을 전체 공개하기로 했다.
연예 댓글 창이 사라지자 악성 댓글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몰렸다. 최근 아이돌 걸그룹 AOA의 멤버 간 괴롭힘이 폭로되자 유튜브에는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 콘텐츠는 수 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수 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돌대가리’, ‘깡패’ 등 인신공격과 욕설이 올라오며 기존 연예기사 댓글 창의 모습을 띠고 있다.
유튜브는 부적절한 댓글은 검토 및 보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유튜브 측은 “ 악플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있다” 면서도 “ 시스템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다.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자정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았다.
한편 국내 포털에는 악성 댓글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음의 욕설·비속어 댓글은 올해 4월, 두 달 전보다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도 댓글 개편 이전 1주일(3월1일~7일)에 비해 개편 이후 1주일(3월19일~25일)간 규정 미준수로 삭제한 댓글이 58.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