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항고 규정·미국은 인신보호 청원 가능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도 국내 송환 4년 걸려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 씨가 미국 송환을 피했지만 범죄인 신병에 대한 중요 사안을 불복 절차 없이 단심제로 운영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고법의 범죄인 인도 불허 결정으로 손씨가 미국 교도소행을 면하게 된 데 대해 상당수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인 인도 심사에도 불복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인도 심사는 고등법원을 관할로 하고 불복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범죄인 인도법은 ‘법원은 범죄인이 인도구속영장에 의해 구속 중인 경우에는 구속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인도 심사에 관한 결정을 해야 한다’며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그 기한까지 설정해놨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범죄인이 처한 환경 등을 따지는 임의적 인도 거절 사유는 재판부의 재량이 다수 개입되는데 통제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며 “단심제의 오판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도 대법원에 항고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해외에도 불복 절차를 따로 두는 사례가 많다. 영국은 범죄인 인도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항고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단심제로 운용되지만 범죄인 인도 결정 때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인신보호 청원이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징역 20년의 확정판결이 난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 아서 존 패터슨도 미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되기까지 4년이 걸렸다. 미국 법원에서 인도 허가를 결정했지만 법원에 인신보호를 청원해 시간을 끈 탓이다. 인신보호 청원이 범죄인 인도 결정 자체에 불복하는 절차는 아니지만 사실상 강제 송환을 막거나 지연시킬 수는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1988년 만들어진 범죄인 인도법을 30년 넘게 손보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며 “국내 범죄인을 외국에서 재판받게 하는 것은 국내 사법 체계의 자존심이 걸렸다고도 볼 수 있는 만큼 적어도 송환 시 절차를 까다롭게 해둘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범죄인 인도법의 단심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19대 국회 때 “단심의 오류 가능성, 인도 심사 대상자의 재판받을 권리와 인권보호 측면에서 불복 절차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는 사유로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