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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도1번지 강진②] 보은산방 꽃길, 탱크 있는 병영성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금릉(강진)에 가 있기만 해도 청정 힐링의 거리두기가 저절로 된다.

석문공원 하트 사랑 출렁다리 끝에서 본 석문산 기암괴석. 윤문숙 해설사가 석문공원을 설명하고 있다.

강진고 앞을 지나 고성사 진입로에 들어서면 다양한 색의 수국이 반긴다. 각 수국이 뿌리 내린 지점의 토양 성격에 따라 색깔을 달리한다는데, 20㎝ 거리에도 꽃 색이 다르다. 파란만장한 강진 식생 속에서 참으로 감수성 높은 꽃인가보다.

다산 정약용과 혜장선사가 때론 고담준론을, 때론 농을 주고받으며 호젓하게 걷던 고성사 보은산방 길은 최고의 수국명소가 됐다. 근처 ‘V랜드 연꽃 방죽’에서 백련이 꽃봉오리는 맺기 시작했다. 고성사 보은산방에 2년 가량 기거하는 동안 장남 정학연을 잠시 데려다 주역공부를 시켰다. ‘하피첩’을 보면 원격 자녀교육만 시킨 것 같지만, 학연-학유 형제가 번갈아 강진에 와서 아버지의 친구에게서 수학하기도 했다.

언덕을 오르면 고성사가 나오는데, 2㎞ 구간 다양한 색의 수국이 피어있다.
고성사 보은산방 가는 길 수국꽃길 옆 연꽃방죽엔 백련이 꽃봉오리를 맺고 하나 둘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높은 소리라는 뜻의 고성사는 보은산 6부능선 언덕에 있는데, 명창들이 샤우팅으로 득음(得音)하는 곳으로도 알려지고 있다고 윤문숙 해설사는 전한다.

두 사람의 가장 많이 동행하던 길은 백련사에서 다산초당까지 가는 800m 고갯길이다. 1500여 그루의 동백과 편백, 삼나무 등이 깨끗한 공기를 내뿜는다. 초당 마당엔 홍매나무가 서 있는데, 유배중 다산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강진로맨스의 천사 같은 딸 홍림을 상징한다고들 한다. 홍림은 농가월령가를 지은 정부인 소생의 둘째오빠 정학유와 용혈암에 놀러가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오가는 산책로 중간에 강진만이 보이는 천일각이 있다.

초당 아래 읍내로 가는 길은 개천 옆에 소나무 등 울울창창 수목들이 뿌리를 둘 곳 없어 길가로 내뻗어 ‘뿌리의 길’이라고 불린다. 실개천의 물보라와 휘톤치트가 그늘과 어울려 냉기를 뿜는다.

백운동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오면, 석문산의 수십개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사랑 플러스 출렁다리’(111m) 현수교가 놓여있다.

사랑플러스 출렁다리

다리 양 끝에는 사랑(♥) 조형물이 있고 세종대왕 바위가 인자한 모습으로 내려다 본다. 기암괴석 중 세종대왕 찾기 놀이도 해봄직 하겠다. 유홍준 석좌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이처럼 소담하고, 한적하고, 검소하고, 질박한 아름다움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고 했던 월출산 무위사의 국보 극락보전 앞뜰의 팽나무엔 부처님도 있는데, 찾기놀이 2탄으로 해도 되겠다.

석문공원 안내사무소 조차 절경이다.

하트 현수교도 멋지지만, 자연지형의 석문계곡의 흐름에 맞춰 중간에 295㎡ 규모의 가족용 풀장을 만든 배려도 아름답다. 인근에 야영장, 원두막이 두었는데, 편백 오솔길의 운치가 참좋다. 편백이 도열한 오솔길이 끝나면 지붕있는 목조 회랑을 통과하는 흙길이 이어진다. 다른 지자체는 땅위에 나무데크로 길을 만들지만 강진은 목재회랑으로 땡볕과 눈,비를 가려주고 땅은 푹신하게 그냥 두었다.

배산임수의 한옥인 석문공원 안내소 조차 운치있다. 조금 더위가 느껴질 무렵, 베이지색 치자꽃이 아이스크림 보다 향긋한 냄새를 풍긴다.

가우도 짚트랙의 출발대는 청자 모양이다.

여인네 몸빼 모양으로 생긴 강진 지도에서 길다랗게 뻗은 강진만과 그 사이 소보로빵처럼 생긴 죽도, 가우도 출렁다리, 초대형 고려청자를 산꼭대기에 설치해 짚트랙의 출발점으로 삼은 풍경은 동쪽 무릎 쯤에 있는 고바위 전망대에서 훤히 보인다. 여기서 고바우는 고양이 바위를 뜻한다.

고바우 전망대
고바우 전망대 아래 분홍나루 카페엔 분홍색 수국이 핀다

전망대 아래엔 분홍나루 카페가 있는데, 좀더 낮은 자세로 강진만과 마주할 수 있다. 토양과 환경에 따라 꽃 색깔이 다른 수국이 하필 하트모양 조형물이 있는 여기에, 분홍나루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에만 유독 매년 분홍색이다.

수군의 삼도수군통제영과 같은 반열인 육군의 전라병영성(병영면)에는 비록 바닷가 고을 이지만 육군 군단 사령부가 있었다는 점을 시위라도 하듯, 현대식 탱크가 지키고 있다.

육군 군단급인 강진 조선병영성의 탱크

경포대는 강진에도 있다. 수간모옥의 계곡, 금릉경포대는 백운동과 월출산 사이에서 청정 옥수를 정약용의 202년 제자 이시헌과 그 후손이 사는 백운동으로 흘려보낸다,

강진의 굳센 두 다리 지형 중 동쪽 다리끝 마량 미항은 말을 키우면서도 로맨틱한 밤 풍경을 선사하고, 서쪽다리끝 주작산휴양림(석문공원 남쪽)은 건강한 휘톤치트를 내뿜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강진의 명소들이다.

강진은 가있기만 해도 거리두기 청정여행이고, 유홍준 급 에듀테인먼트 답사이다.(계속)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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