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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문모닝’ 박지원 국정원장 낙점과 짧은 탄성

“아~.” 한 마디에 많은 게 내포됐다. 지난 3일 강민석 대변인이 외교안보라인 인사를 발표하자 기자들 사이에서 탄식인지 탄성인지 모를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청와대가 인사 발표 전 으레 나눠주던 인사 대상자 명단도, 프로필 자료도 없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차기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각각 내정했다. 통일부 장관과 안보실장이야 예상 범위 안에 들었던 인물들이어서 놀랄 것이 없었지만, 국정원장엔 허를 찔린 것이다. 과거 문 대통령과 박 후보자가 ‘구원’이라고 할 정도로 과거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온 점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야권 인사를 장관급에 발탁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박 후보자 캐릭터가 주는 의외성이 컸다.

역시 여권에서는 박 후보자에 대한 깜짝 발탁을 놀라워하며 기대감을 표했고, 야권에서는 돌려막기 인사라는 혹평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이같은 양극단의 평가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깜짝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박 후보자 낙점은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지난달 17일 (대북관계 관련 조언을 듣기 위한) 원로 오찬이 있었는데, (국정원장 후임이) 박 후보자로 정리된 것은 그 이후”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박 후보자 본인에게 여러 언론에서 취재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새 나가지 않았다”며 “(박 후보자) 스스로 발표 당일까지 보안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박 후보자의 악연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법 거부 대신 공포를 택했고, 이때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밀사 역할을 했던 박 내정자는 특검 수사를 받고 옥고를 치렀다.

2015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박 후보자는 당권경쟁을 벌이는 문 대통령을 행해 ‘부산 친노’ ‘패권주의자’로 낙인찍으며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TV토론에서 박 후보자의 집요한 공격에 “왜 없는 말을 하느냐. 그만 좀 하시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2015년 말 안철수 김한길 전 의원 등 비주류와 동반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어 문 대통령과 다른 길을 택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넌 듯했다. 2017년 대선 때엔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하는 아침’을 뜻하는 ‘문모닝’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같은 악연에도 문 대통령이 박 후보를 발탁한 것은 남북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박 후보자도 페이스북에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하겠다”며 화답했다.

2기 외교안보라인 인사에 깃든 메시지는 분명하다.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북한에 보여주는 동시에, 고비를 맞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박 후보자가 있다. 그의 기용은 임기 2년이 채 안 남은 ‘문 대통령의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정권의 핵심으로 꼽히는 자리를 ‘비문’에 내주면서까지 선택한 절박함을 읽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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