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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김필수] ‘시 사모’ 이야기

  • 기사입력 2020-07-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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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서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 펀드의 사무수탁사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골자는 ‘단순 사무만 대행했는데, 공모자처럼 인식돼 억울하다’는 것이다.

#. 사달이 나기 전=한적한 어촌. 돈이 된다는 얘기에, 한 주민이 성은 ‘시’요, 이름은 ‘사모’인 고급어종 ‘시 사모’를 잡아 파는 사업을 하기로 했다. 배도 필요하고, 그물도 사야 하니, 사람들로부터 돈을 모았다. 나중에 이익이 나면 높은 이자를 붙여 돌려주겠다며. 선장이 된 그는 사업을 더 키우기로 했다. 돈을 댈 사람들을 모으는 업자들을 따로 뒀다. 꽤 신뢰가 있는 업자들로 채웠다. 인센티브를 후하게 준다 하니, 이들은 적극적이었다. 판은 커지고, 돈을 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거래가 점점 복잡해졌다. 선장이 혼자 관리하기에는 무리였다. 관리를 맡길 사람을 두 명 두기로 했다. 한 사람은 ‘시 사모’를 담은 상자 보관과 입출고를 관리하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이 상자에 가격을 매겨주고, 이후 입출고에 따른 경리 등을 지원하는 사람이다.

체계가 잡히고 규모가 제법 커졌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동네 어르신까지 얼굴마담으로 등장했다. 신뢰가 생기고, 다시 투자자가 불어나는 선순환이 됐 다. 잘 굴러간다 싶었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 상자에 썩은 ‘시 사모’가 섞였다는 얘기가 돌더니, 급기야 애초부터 ‘시 사모’가 아니라 유사 저급어종 열빙어를 담았다는 것이다.

#. 사달이 난 후=사업은 망했다. 누구 책임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1. “제대로 알아보고 돈을 대야지.”(돈을 댄 사람들 책임론) 2. “나름 믿을 만한 업자들인데, 사전에 조사 좀 잘하고, 잘못될 수도 있다고 제대로 얘기를 해줬어야지.”(돈을 댈 사람들을 모으는 업자들 책임론) 3. “최소한 상자를 관리하는 사람은 알았겠지. 물건을 확인도 안한 채, 들이고 내고 했을까.”(제1 관리자 책임론) 4. “경리 일을 했던 사람은 알았겠지. 그런데 뒷짐지고 있었다는 게 말이 돼.”(제2 관리자 책임론)

선장의 잘못은 명확하니, 논외로 하자. 업자들은 곤혹스럽다. 자기 말을 믿고, 돈을 댄 사람들에게 미안하긴 하다. 하지만 선장이 어떤 물고기를 상자에 담았는지까지 감시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제1 관리자의 경우 당초 감시 의무가 있었는데, 2015년에 면제됐다. 더 허드렛일하는 제2 관리자에게 상자 확인을 기대하는 건 난망이다. 돈을 댄 사람들만 억울하게 됐다. 껍데기만 남은 선장은 상대해도 실익이 없다. 자기들이 직접 얼굴을 본 유일한 사람인 업자들에게 때론 배상해 달라 하소연하고, 때론 정부기관에 민원 내지 고소하겠다며 윽박지르는 게 전부다.

#. 정리=사모펀드 시장으로 돌아와 보자. 선장은 자산운용사다. 돈을 댈 사람을 모은 업자들은 판매사(은행, 증권 등)다. 제1 관리자는 자산수탁사(은행 등)다. 제2 관리자는 사무수탁사(예탁결제원 등)다. 동네 어르신들은 정관계 저명인사들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정부기관은 금융감독 당국이다. 위에서 언급한 감시 의무 관련은 모두 자본시장법에 근거했다. 관련자들의 법적 책임은 멀다. 그물을 너무 성기게 해놓은 감독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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