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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라밸’ 가고 ‘워라하’·‘워라인’ 온다
재택·유연근무 늘면서 급속히 확산…‘유튜브 감상하며 자료찾기’ 등
일부 청년층 반감도…“일과 삶 대립구도 타파한다는 측면서 순영향”
지난 3월 미국 시애틀에 사는 한 직장인의 재택근무 모습. [AP]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직장인 김모(38) 씨는 퇴근 후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시사 상식을 쌓고, 때로는 이를 업무와 접목시키는 데 큰 반감이 들지 않는다. 대신 회사 일과 중에 양해를 구하고 점심시간과 살짝 겹쳐 요가 강의를 다녀오기도 한다. 운동 후에는 머릿속이 정돈돼 일에 더 집중할 수도 있어 삶과 일이 모두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최근 수년간 노동시장에서 강조됐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넘어 삶과 일의 조화와 통합을 추구하는 ‘워라하(Work-Life Harmony)’와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과 삶을 필요 이상으로 분리하려 노력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일과 삶을 자연스럽게 융화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하자는 것으로,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유연근무 시대 적합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근래 노동시장에서 각광받던 워라밸은 ‘일과 삶의 명확한 구분’을 키워드로 한다. ‘칼퇴근’을 직장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꼽고, 퇴근 후에는 업무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휴대폰 두 개를 사용하하며, 심지어 일이 개인의 일상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할 때에는 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자신과 가정 생활을 뒷전으로 두고, 오로지 회사 일에만 매달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나온 사회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워라밸을 넘어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해 시너지를 추구하는 워라하와 삶과 일의 입체적 융합을 통해 양측 모두 풍성하게 한다는 워라인이 새롭게 떠올랐다. 친구와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업무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유튜브를 감상하며 유의미한 자료를 찾는 것은 물론, 평소 관심이나 흥미가 있는 분야를 업무와 적극 연결해 시너지를 내는 것 등이 포함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늘어나면서, 현실적으로 일과 삶을 명확히 구분짓는 워라밸보다는 유동적으로 시간을 활용해 일과 삶을 돌볼 수 있는 워라하·워라인이 노동강도와 스트레스 관리 측면에서도 개인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워라하·워라인은 사무 직종·예체능 관련 일부 직종 또는 관리 직급에 맞는 개념이며, 이를 핑계로 일과 삶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 지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트레스가 많지 않고 실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무직종일수록 워라하·워라인 추구에 유리하다”며 “이에 따라 모두에게 강요할 순 없지만, 코로나·언택트 시대를 맞아 전직종에 걸쳐 워라하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택근무 등 물리적 개인 공간 안에서 심리적 공간을 찾고 워라하를 추구하는 것은 일과 삶의 대립 구도를 타파한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을 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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